김도현 목사
“정부 정책 실패로 입양아 늘어”
교육·노동 보장…양육기회 줘야
교육·노동 보장…양육기회 줘야
입양의 날에 싱글맘 행사 여는 김도현 목사
“입양 장려는 출구전략일 뿐이죠. 미혼모가 아기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뿌리를 봐야 합니다”
국외 입양인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뿌리의 집’의 원장 김도현(57) 목사는 해마다 어린이 날을 맞는 심정이 착잡하다. ‘입양 주간’이 시작되는 오는 11일 오는 11일 “진실과 화해을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그리고 “한국한부모연합”과 공동으로 ‘제1회 싱글맘의 날’ 행사를 마련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입양인과 미혼모, 관련 전문가들이 싱글맘 가족의 권리보호 방안을 토론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9년 동안 스위스 국가교회의 한국 담당목사로 일하면서 스위스 국가교회의 부탁을 받아 한국계 입양인에 대한 지원 활동을 하는 중 자연스레 한국계 입양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23살의 한국계 입양인이 ‘엄마를 찾으러 간다’는 한 줄 유서를 남기고 라인강에 몸을 던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입양으로 인한 결별의 아픔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2004년 귀국해 뿌리의 집을 운영해왔다.
김 목사는 특히 국외 입양인의 가족찾기 사업을 진행하며 전체 입양아의 90%가 미혼모의 자녀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목사는 서울에 살고 있던 귀환 입양인들이 미혼모 지원시설인 ‘애란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입양이냐 양육이냐를 두고 번민하던 미혼모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이런 소통을 통해 많은 미혼모들이 아이 양육을 결심하게 됐다”며 “사회적으로도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모자란 현실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일반적인 부부도 아이 키우기가 힘든 마당에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미혼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겠어요? 미혼모에 대한 교육과 노동의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는 “서구사회처럼 우리도 미혼모의 결정을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입양 주간 동안 국정홍보채널인 <케이티브이>(KTV)에 입양 홍보 광고를 하기로 한 보건복지부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입양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정부부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며 “어린이 양육을 위한 환경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없이 아이를 입양해 달라고 광고까지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김 목사는 “더 이상 입양인 지원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결별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원치 않는 입양이 사라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사진 뿌리의 집 제공
김 목사는 “더 이상 입양인 지원사업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결별의 아픔을 견뎌야 하는 원치 않는 입양이 사라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사진 뿌리의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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