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금주 ‘민들레 어머니회’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뿌리의 집’에서 아들과 헤어지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노 회장 뒤에 있는 사진은 자신과 아들의 재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닮은 얼굴>의 포스터에 실린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1일은 입양의 날…‘민들레 어머니회’ 노금주 회장
18살때 뜻하지 않은 임신, 가족이 나몰래 국외 입양
30년만에 다시 만났지만 힘든 형편에 또다른 고통
미혼모 양육 틀 만들어야 국가도 입양 고민 덜게돼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2006년에 만들었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저며오는 이들이 있다. 생때같은 자식을 이역만리로 떠나보낸 엄마들이다. ‘민들레 어머니회’는 1970~80년대에 하릴없이 자식을 외국으로 입양 보낸 어머니들의 모임이다. 어머니회는 서로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아이들의 한국 방문 정보를 공유하는 자조모임으로 3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회원 12명 대부분이 헤어진 아이와 다시 만났다. “또다른 시작이에요. 말이 안 통해서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조금만 미흡해도 모두 내 탓이다 싶고…. 국외 입양은 당사자에겐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고통입니다.” 어머니회 노금주(52) 회장은 “아이를 다시 만난 2005년 이전에는 ‘해외입양’이란 말조차 몰랐고, 국내에서 살고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이 아이를 한 산부인과에 보내면서 친권 포기 각서를 냈던 것이다. 그는 “나중에 알고보니 병원이 아이를 기관에 보냈고, 나라가 내 아들을 팔아먹은 거였다”며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겠느냐”고 말했다. 노 회장은 1976년 공장에서 일하던 18살 나이에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아들 성욱(35·미국 사우스다코타 거주)씨를 낳았다. 당시엔 “굶기를 밥 먹듯 해서 젖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도박에 빠진 남편을 더는 볼 수가 없어서 이듬해 한달간 집을 비운 사이 아이를 잃어버려 “환장해서 찾으러 다녔다”고도 했다. 그런 아들을 30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민간단체인 해외입양인연대를 통해 아들이 어머니를 먼저 찾았다. 한눈에 “나를 꼭 닮은 얼굴, 내 자식”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어렵사리 얘기를 들어보니 양부모에게서 적절한 도움을 못 받고 자라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느라 가난했고, 딸아이까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노 회장은 “친엄마인데도 형편 탓에 맘껏 도와줄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모자의 삶은 입양인 감독 태미 추가 3년 동안 찍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다큐멘터리 <나를 닮은 얼굴>(2010)로도 제작됐다. 친어머니를 다시 만났지만 일찍 여의고 만 추 감독을, 노 회장은 수양딸로 삼기도 했다. 오는 11일은 입양인단체와 미혼모단체 등이 함께 정한 제1회 ‘싱글맘의 날’이기도 하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과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 집’이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여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노 회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나 같은 엄마들이 더 많이 모습을 드러내야 사회가 바뀐다”며 “나는 아이를 해외에 입양 보낸 엄마이고, 미혼모이기도 해요.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 국가의 입양 고민도 없어져요. 당사자들이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을 덜어줘야죠”라고 말을 맺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권희정 코디네이터는 “국가 지원 시설 미혼모의 70%가 아이를 입양 보내는데, 미국은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는 비율이 고작 1%에 머문다”며 “입양을 장려하기 이전에 친엄마 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편견을 거두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30년만에 다시 만났지만 힘든 형편에 또다른 고통
미혼모 양육 틀 만들어야 국가도 입양 고민 덜게돼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2006년에 만들었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저며오는 이들이 있다. 생때같은 자식을 이역만리로 떠나보낸 엄마들이다. ‘민들레 어머니회’는 1970~80년대에 하릴없이 자식을 외국으로 입양 보낸 어머니들의 모임이다. 어머니회는 서로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아이들의 한국 방문 정보를 공유하는 자조모임으로 3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회원 12명 대부분이 헤어진 아이와 다시 만났다. “또다른 시작이에요. 말이 안 통해서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조금만 미흡해도 모두 내 탓이다 싶고…. 국외 입양은 당사자에겐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고통입니다.” 어머니회 노금주(52) 회장은 “아이를 다시 만난 2005년 이전에는 ‘해외입양’이란 말조차 몰랐고, 국내에서 살고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이 아이를 한 산부인과에 보내면서 친권 포기 각서를 냈던 것이다. 그는 “나중에 알고보니 병원이 아이를 기관에 보냈고, 나라가 내 아들을 팔아먹은 거였다”며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겠느냐”고 말했다. 노 회장은 1976년 공장에서 일하던 18살 나이에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아들 성욱(35·미국 사우스다코타 거주)씨를 낳았다. 당시엔 “굶기를 밥 먹듯 해서 젖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도박에 빠진 남편을 더는 볼 수가 없어서 이듬해 한달간 집을 비운 사이 아이를 잃어버려 “환장해서 찾으러 다녔다”고도 했다. 그런 아들을 30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민간단체인 해외입양인연대를 통해 아들이 어머니를 먼저 찾았다. 한눈에 “나를 꼭 닮은 얼굴, 내 자식”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했다. 어렵사리 얘기를 들어보니 양부모에게서 적절한 도움을 못 받고 자라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느라 가난했고, 딸아이까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노 회장은 “친엄마인데도 형편 탓에 맘껏 도와줄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모자의 삶은 입양인 감독 태미 추가 3년 동안 찍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다큐멘터리 <나를 닮은 얼굴>(2010)로도 제작됐다. 친어머니를 다시 만났지만 일찍 여의고 만 추 감독을, 노 회장은 수양딸로 삼기도 했다. 오는 11일은 입양인단체와 미혼모단체 등이 함께 정한 제1회 ‘싱글맘의 날’이기도 하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과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 집’이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여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노 회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나 같은 엄마들이 더 많이 모습을 드러내야 사회가 바뀐다”며 “나는 아이를 해외에 입양 보낸 엄마이고, 미혼모이기도 해요.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 국가의 입양 고민도 없어져요. 당사자들이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을 덜어줘야죠”라고 말을 맺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권희정 코디네이터는 “국가 지원 시설 미혼모의 70%가 아이를 입양 보내는데, 미국은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는 비율이 고작 1%에 머문다”며 “입양을 장려하기 이전에 친엄마 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편견을 거두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