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 이어 담철곤 회장 곧 소환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달 22일 조경민(53)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미술품 거래 형식으로 비자금 은닉을 도운 혐의 등으로 홍송원(58) 서미갤러리 대표를 구속했다. 이제 수사의 초점은, 오리온 사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 연루 여부와, 여러 차례 검찰 수사 끝에 구속수감된 국내 최고의 그림 중개인 홍 대표의 추가 조사에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단순한 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데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한 내용은, 오리온그룹이 2006년 서울 청담동의 창고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40억6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세청의 고발 대상도 조 사장과 오리온 회사법인 정도였다. 그러나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오리온그룹이 포장용기 업체를 위장계열사로 두고 이 지분을 외국 유령회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국세청 고발 사건 이외의 ‘+α’를 찾아낸 것이다. 검찰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비자금 조성 과정에 사주 일가가 연루됐는지를 밝히기 위해 담철곤(56) 회장 등을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서미갤러리 홍 대표의 구속도 ‘뜻밖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로이 릭턴스타인(리히텐슈타인)의 86억원짜리 작품 <행복한 눈물>을 삼성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2008년 특검 수사를 받았다. 한상률(58·불구속 기소) 전 국세청장이 로비용 그림 <학동마을>을 서미갤러리에서 구입했다고 밝히면서 불과 몇 달 전에는 검찰에 불려 왔다. 그림이 끼어 있는 굵직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수사선상에 올랐던 그이지만, 구속수감된 건 처음이다.
이번 수사 초기에 서미갤러리뿐만 아니라 홍 대표의 집까지 압수수색한 검찰은 고가의 미술품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또 다른 재벌가와 서미갤러리의 ‘은밀한 거래’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또 홍 대표가 오리온이 판매 위탁한 릭턴스타인의 그림 <스틸라이프> 등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80억~90억원을 대출받은 단서도 잡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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