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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식한테 뭐가 미안했기에…노부부 자살

등록 2011-05-09 20:23수정 2011-05-09 21:22

투병 중 60대 부부, 유서 남기고 어버이날 목숨 끊어
“미안하다, 고마웠다” 가족 한명한명에게 당부 남겨
“모두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웠다….”

몇년 동안 중증 치매와 암을 앓아오던 60대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더는 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어버이날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오후 5시30분께 용인시 신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아무개(69)씨와 노아무개(62·여)씨 부부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조사중”이라고 9일 밝혔다. 전씨는 침실에서, 노씨는 아파트 발코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을 발견한 경비원은 “노부부와 함께 사는 아들이 ‘집에서 전화를 안 받으니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확인해달라’고 해 집에 들어가 보니 두 노인이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노부부는 함께 살던 아들(40·회사원) 내외와 손자 두명을 지난 7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의 이른바 명문고와 명문대 법대를 졸업한 전씨는 몇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다 지난해부턴 중증 치매까지 겹쳤고, 부인 노씨와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병세가 악화된 남편을 돌보던 노씨도 지난해 중반부터 암세포가 번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급기야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한 암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노씨는 7개월 전 암 수술을 받았다. 그 뒤에도 남편의 병시중을 해왔다. 힘겨운 투병생활은 노부부의 삶을 지치게 만들었고, 시름에 빠진 노씨는 결국 모진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노부부는 징검다리 연휴를 맞은 가족들에게 모처럼 홀가분한 여행을 권해 떠나 보낸 이튿날 병마로 지친 여생을 마감했다.

5장에 이르는 유서에서 이들 노부부는 아들에게는 “고맙다. 미안하다. 아버지, 엄마가 같이 죽어야지, 어느 하나만 죽으면 짐이 될 것이다”라고 썼고, 며느리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 아들들 잘 키워라”라고 적었다. 초등학생인 손자들에게는 “엄마, 아빠와 행복해라. 사랑한다”고 쓴 뒤, 형제들에게는 “우리 자식들 고생했는데 잘 도와달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를 상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장문의 유서에는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며 “부모와 자식 사이를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사건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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