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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외 한국기업 인권침해 꼼짝마”

등록 2005-07-05 19:28수정 2005-07-05 19:28

▷ (사진설명) 1. 2000년 11월28일 대우사 파업 때 회사 경비원들에게 폭행당한 노동자들이 망연자실 울면서 앉아 있는 모습. 2. 대우사에서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국. 3. 대우사 노동자들이 수용된 방. 대우사에는 이런 방이 모두 8개가 있었고, 방마다 36개 철제 침대가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4. 2000년 11월28일 파업 때 회사 경비원들에게 맞아서 실명당한 베트남 여성노동자. 국제민주연대 제공

국제민주연대 ‘인터넷소식지’ 준비…부당행위 알리기로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지방법원에서 한 한국인 기업가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피고는 미국령 사모아에서 ‘대우사’란 의류업체를 운영했던 이아무개(52)씨. 법원은 베트남 노동자 200여명을 강제로 가두고 일을 시킨 혐의를 인정해 징역 40년과 배상금 180만달러를 선고했다.

외국 언론들은 이 사실을 전하며 “미국 영토 안에서 인신매매 범죄 사상 가장 중형인 징역 40년형이 선고됐다”고 대서특필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재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공정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알베르토 곤살레스 미국 법무장관까지 성명을 내어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제와 다르지 않다. 법무부는 인신매매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을 계속 처벌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중형이 선고됐을까? 대우사는 1999년 초부터 베트남 등지에서 데려온 노동자 250여명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주 40시간 노동에 월급 400달러를 받기로 하는 계약(3년)을 맺고 송출업체를 통해 사모아에 온 시골 출신 여성들이었다. 송출업체에 4천~8천달러를 내고 사모아에 온 이들은 1년 동안 일해서 빚을 갚고 나머지 2년 동안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초과근무 수당도 없이 잔업을 강요받았고, 쥐가 들끓는 비좁은 막사에서 생활했다. 막사 뒤쪽으로는 철사와 면도날이 설치된 담장이 있었고 야간 통행금지까지 내렸다. 먹을 것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미국 노동부가 2000년에 낸 보고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영양실조와 과로에 고통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인권단체인 ‘베트남 레이버 워치’가 2001년 펴낸 보고서에는 “밥값과 숙박료가 월급에서 공제되면서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액수만을 받을 수 있었다”며 “결국 2000년 말 대규모 파업이 벌어졌고, 이 와중에 한 노동자는 눈을 잃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오갈 데 없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 노동자들은 길거리를 헤맸다. 결국 이씨는 미국 당국에 체포돼 2003년 유죄 평결을 받고, 지난달 4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인권침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의 인권침해는 의류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많이 진출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그 유형도 최저임금 위반에서부터 노조활동 방해, 욕설·구타, 몸수색 등 광범위하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이들 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차지훈 변호사는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상당수는 나이키 등 다국적기업의 하청 업체들이 많아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으며, 현지의 경찰 등과 결탁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시민단체가 국외 진출 한국 기업들의 부당행위 사례를 소개하는 온라인 소식지를 발행하기로 했다. 국제민주연대가 5일 첫 창간준비호를 선보인 <기업과 인권>이 바로 그것이다. 2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을 예정인 이 소식지에는 한국인 소유 기업 사례뿐 아니라, 외국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의 활동과 다국적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 실태 등도 소개될 예정이다. 또 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을 분석하거나 다룬 논문과 칼럼도 싣는다.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는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문제 사례가 국내에 들려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대처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소식들을 최대한 먼저 알리고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소식지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인터뷰/ 필리핀‘노동자 지원센터’ 라우라 살미엔토

“한국인 운영 공장만 구타·욕설…
한국인 좋지만 한국인사장은 싫어”

라우라 살미엔토(46)는 필리핀 마닐라 남쪽 카비테 자유무역지대의 ‘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다. 지난달 19~20일 열린 ‘세계화에 대응하는 여성노동자의 도전’ 국제 워크숍에 참석하러 한국을 방문한 그는 1일 기자와 만나 “자유무역지대에서 한국 기업들이 횡포가 그 어느 기업들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카비테 자유무역지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얼마나 되나?

=노동자 7만여명이 공장 283곳에 근무하는데, 이 가운데 128곳의 소유주가 한국인이다. 업종별로는 섬유와 전자부품이 대부분이다.

―한국인 기업주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사실 대부분의 공장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고, 하루 8시간 이상 노동과 적은 월급을 강요한다. 다만 구타와 욕설은 거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만 일어난다.

―기억나는 대표적 사례는?

=2003년 ㅋ사에서 한국인 사장이 다른 동료를 때리는 것을 말리던 40대 여성 버지타 로페가 사장한테 두들겨 맞는 일이 생겼다. 로페는 사장을 고소했는데,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버렸다. 결국 한국인 공장 간부가 나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주고 조용히 무마됐다.

―여러 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한국 기업의 등급을 매긴다면?

=솔직히 말해 20여개국 가운데 꼴찌 또는 꼴찌에서 두번째 정도다. 한국인 사장들의 90%는 서로 연결돼 있다. 만약 한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면 작업 물량을 다른 업체에 넘기고 회사를 폐쇄한다. 그리고 곧 다른 지역으로 옮겨 공장을 다시 연다. 이런 방식의 직장폐쇄-재창업은 구타와 함께 한국 기업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첫 방문인데 한국인에 대한 느낌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들어보니 여기도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비슷한 것 같다. 개별적으로 만나는 한국인은 좋고 따뜻한데, 한국인 사장은 싫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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