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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판사 ‘연줄’ 따라…한화의 ‘변호사 쇼핑’

등록 2011-05-12 08:13수정 2011-05-12 09:28

비자금재판 ‘판사 동창’ 선임
재판부 바뀌자 변호사 교체
법원은 다시 항소부로 넘겨
검찰 “이젠 누구를 쓸지 기대”
한화 “계약대로 했을뿐” 반박
8개월가량 한화그룹 김승연(59) 회장 비자금 사건의 변호를 맡아온 김천수(47) 변호사가 지난달 법원에 ‘사임계’를 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청구한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재판에서도 변호인단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자진 사임하고 만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인사로 담당 재판부가 바뀌어 김 변호사의 ‘효용’이 떨어지자, 현 재판부와 ‘연’이 닿는 새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한화 쪽에서 사임을 요구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로 지난해 2월 퇴임한 김 변호사는 7개월 뒤 한화그룹의 검찰 압수수색 방해 사건을 맡으며 한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김 변호사는 검찰의 구속영장을 모두 좌절시켰고, 김 회장 등 1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변호사가 법원에 내는 선임계는 의뢰인과 계약을 맺은 뒤에 내는 게 관례지만, 한화는 이례적으로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변호사에게 선임계 제출을 독촉했다. 그 ‘이면’에는 유리한 판결을 기대할 만한 재판부에 배정받기 위한 속내가 깔려 있었다.

한화 사건과 같이 수천억원을 배임·횡령한 사건은 법정 형량이 높아 합의부에 배당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에는 합의부가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현미)밖에 없었고, 게다가 김 재판장은 김 변호사가 퇴임하기 전까지 1년 동안 함께 근무한 동료였다. 김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변호인이 법관에서 사임하기 1년 전부터 6개월 이상 재판장과 같이 근무한 경우 재판부를 교체하도록 한다’는 대법원 예규에 따라 자연스럽게 항소부(항소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배당될 것이라는 셈법이었다. 실제로 한화그룹 사건은 항소심을 맡는 형사2부(재판장 배기열)에 배당됐다. 더구나 배 재판장은 김 변호사의 대학 동기였다.

2월 법원 인사 결과 한화가 더 유리해졌다. 새 형사2부 재판장으로 한병의 부장이 왔고, 그와 김 변호사도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3월에 “형사합의 11부에 새롭게 온 김종호 재판장이 김 변호사와 함께 일한 적이 없다”며 형사11부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형량이 높은 사건은 합의부에 배당한다는 원칙에 따라 새로 온 합의부 재판장이 김 변호사와 근무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원래대로 사건이 옮겨간 것이다.

애초 ‘계산’에 차질이 생기자 한화는 새로운 변호사를 찾아 나섰고, 결국 민병훈·조현일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조 변호사와 김 부장은 같은 고향 출신이고, 민 변호사 역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한화는 김 변호사에게 사임계를 법원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애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문제될 것도 없었다. 결국 김 변호사는 제2차 공판이 열린 4월29일 사임계를 냈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또다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이호진(49) 회장의 간암 수술로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과 한화그룹 사건을 함께 맡고 있던 형사11부의 재판 일정에 문제가 생기자 한화 사건은 다시 형사2부(재판장 한병의)로 재배당됐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을 들었다 놨다 하던 한화가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간 셈”이라며 “이제는 어떤 변호사를 살지 기대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변호사와는 처음부터 검찰 기소 이전까지만 함께 일하는 것으로 계약했다”며 “준비 기일에 참석했을 뿐 정식 재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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