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유리 사고’ 보호막이 없다

샤워부스에서 믹서기·세탁기·에어컨까지 ‘펑펑’
2년4개월새 75건 신고
파편에 부상사례도 20건
안전기준 강화 등 시급

강화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외부 충격을 받지 않고 저절로 깨지는 ‘자연파손’ 사고( ▶느닷없이 펑!…강화유리 ‘안전강화엔 뒷짐’)가 잇따르는 가운데 믹서기나 드럼세탁기, 가구 등에 쓰인 강화유리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한겨레>가 12일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강화유리 자연파손 및 폭발 사고 통계를 확인해보니, 2009년 29건, 2010년 34건, 올해 4월까지 12건 등 최근 2년4개월 동안 모두 7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품목도 다양했다. 가스레인지가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냄비가 16건, 강화유리 제품(탁자·식탁 위 유리 등 포함)이 10건이었다. 또 욕실선반 및 샤워부스, 그릇(각 6건), 가구(5건), 조명(4건), 유리문, 세탁기(각 3건), 믹서기(2건), 냉장고, 훈제기, 에어컨(각 1건) 등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일부 냄비나 가스레인지 강화유리 폭발 사고는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에서 일어났지만, 공산품이나 건축 자재 등에 쓰인 강화유리는 외부 충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파손됐다.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주방(39건), 거실(9건), 욕실 및 화장실(8건), 기타 가정내(11건) 등 주로 일상 생활공간이 많았다.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보면 건물에 부착했던 강화유리가 깨져 지나가던 행인이 다치거나, 2년 동안 사용한 드럼세탁기 앞문이 깨진 경우도 있었다.

강화유리 자연파손 자료를 분석한 소비자원 위해정보팀 오원교씨는 “사람이 다친 사고는 20건이고, 파편으로 인해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이 주로 발생했다”며 “파편이 튀어 놀라고 다칠 뻔했다는 소비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호르몬 유해성 논란 때문에 강화유리 활용이 늘고 있어,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강화유리 샤워부스는 현재 안전인증 대상품목에 들어가 있지 않다”며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건설사는 주택법 시행령상 하자담보책임기간(유리공사는 사용검사일로부터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샤워부스 자연파손에 대한 수리를 거부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은 지 2년 정도 된 아파트(대구시 달서구 소재)에 사는 김재민(가명·27)씨는 “최근 외출한 사이 욕실 샤워부스가 저절로 폭발해 관리사무소를 통해 건설사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책임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