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자 전원연행 비판 봇물
조현오 청장 토론회서 ‘궁지’
수차례 회의끝 기본방침 확인
조현오 청장 토론회서 ‘궁지’
수차례 회의끝 기본방침 확인
경찰은 최근 “불법 시위자를 체포할 때 국민에게 더욱 공감받는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적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했고 “상황에 걸맞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3월21일 ‘자본주의연구회’(대학생 학술동아리) 관계자 3명을 체포한 뒤, 항의하는 대학생 51명을 전원 연행했던 경찰한테서 나온 태도 변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체포 4일 뒤인 3월25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과 마주 앉았다. 경찰청이 주최한 ‘경찰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토론회’에서다. 오 국장은 이날 경찰의 51명 연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경찰은 ‘전원 연행’과 ‘30시간 구금’을 선택했다. 모진 조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 청장은 “대한민국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 인권친화적”이라며 반박했다. 오 국장은 다시 따졌다. “51명 중엔 남녀가 있고, 성년과 미성년이 있으며, 가담 정도의 경중이 있을 텐데 어떻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원 체포할 수 있냐”고 꼬집었다.
토론회 며칠 뒤 열린 간부회의에서 조 청장의 목소리엔 불편함이 어렸다. 그는 “왜 오창익 한 명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냐.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간부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청장은 자본주의연구회 관계자 체포 당시의 적정성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고, 경찰청에선 ‘경비대책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다. 결국 경찰은 최근 검토를 완료하고 향후 집회·시위 해산 과정에선 ‘상당성의 원칙’(체포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비례의 원칙’(상황에 비례해 필요한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 ‘형평성의 원칙’(진보단체와 보수단체에 동등하게 대응한다)을 준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경찰의 자본주의연구회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검거 건수가 급증하면서, 무리한 법 적용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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