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김종익씨 기소
김씨 회사 장부 모두 파헤쳐
지인에 “축의금 얼마” 묻기도
김씨 회사 장부 모두 파헤쳐
지인에 “축의금 얼마” 묻기도
검찰이 18일 김종익씨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피해자로 고초를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피고인이 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 검찰 수사의 단서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제공했다. 조 의원은 민간인 사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지난해 7월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참여정부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케이비한마음(엔에스한마음의 전신)이 협력업체 및 거래업체들과 매출액수 조정, 비용 부풀리기 등의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구체적인 제보와 함께 증거자료가 있다”며 “케이비한마음은 비자금을 조성해서 전 정권 실세들에게 전달하였으며, 이들의 정권 퇴임 이후를 대비하여 만들어진 회사이고, 김종익은 이러한 회사의 관리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민간인 사찰 파문을 진화하려는 물타기’라는 시각이 대세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한 뒤 철저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엔에스한마음 회사 장부 일체를 가져와 회삿돈의 사용처 소명을 요구했다. 혼사를 치른 김씨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김씨에게서 축의금을 얼마 받았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씨의 변호인 최강욱 변호사는 “김종익이라는 사람에게 정치적 편향성, 불온한 사람이라는 혐의를 씌워 신상과 회사, 자금 내역까지 철저하게 파헤쳤다. 김씨는 다시 한번 사찰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검찰은 먼지털이식 수사를 통해 결국 김씨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애초 조 의원이 수사의뢰하며 방점을 찍었던 ‘참여정부 비자금’ 내용은 공소사실에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실을 늑장 수색하거나 증거인멸에 사용된 대포폰을 개설해준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 조사조차 못하는 허술한 수사 끝에 민간인 사찰의 배후나 윗선을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이인규 전 지원관을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민간인 사찰 수사를 끝냈던 검찰이, 김종익씨 비자금 수사에서는 회삿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확인해 횡령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사건 처리 기준에 비하면 불구속 기소는 가혹한 처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저에게 국가 폭력을 행사한 정부는 한마디 사과도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렇게 하다니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말했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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