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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노르웨이 라면왕 “가슴에 새긴 ‘최선’이 나를 키워”

등록 2011-05-20 21:32

이철호씨
이철호씨
자서전 출간기념 고국찾은 노르웨이 ‘미스터 리’ 이철호씨
한국전쟁때 노르웨이행, 고초 끝에 라면시장 석권
“욕심없이…두 조국에 빚 갚으며 남은삶 살아야죠”
“제가 얼마나 살겠어요. 한 200년? 저는 욕심 없어요. 제가 없어도 한국-노르웨이 관계가 원만하기를 바랄 뿐이죠.”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난 ‘노르웨이의 라면왕’ 이철호(75·사진)씨는 자신을 키워준 한국과 목숨을 구해준 노르웨이에 보답하도록 여생을 바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서전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지니넷) 출간에 맞춰 한국에 온 그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나라에 바친 세금이 많으니 노후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복지의 나라 노르웨이인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먹고살 만큼은 돼요. 세 딸도 잘 자랐고요. 이제는 제가 진 빚을 갚으며 살아야지요.”

책에는 그가 1954년 미군부대의 ‘하우스보이’로 있다가 크게 다쳐 노르웨이병원으로 이송된 뒤 현지에 눌러앉아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호텔 요리사, 레스토랑 겸 카페 체인점 대표를 거쳐 ‘라면왕’으로 성공하기까지 입지전적인 인생기를 담았다.

17살 때 노르웨이로 건너간 뒤 오슬로 그랜드호텔 요리사로 일하던 1963~64년 무렵의 모습(오른쪽).
17살 때 노르웨이로 건너간 뒤 오슬로 그랜드호텔 요리사로 일하던 1963~64년 무렵의 모습(오른쪽).

그가 요리사가 되려고 한 것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찌꺼기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물에 불려 씹으면서 고학으로 요리학원을 나와 스위스의 호텔 견습생으로 첫발을 디뎠다. “항상 웃자.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자”를 늘 가슴에 새겼다. 남이 접시 20개를 닦으면 50개를 닦고, 남이 감자를 그냥 깎으면 자신은 요리에 맞게 모양을 내며 깎았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정식 요리사가 됐다. 하지만 정상에 이른 다음에는 미련없이 그 자리를 버렸다. 체인점 대표를 그만둘 때는 자신이 일으켜 세운 업체가 덴마크로 넘어가자 남의 자식이 된 듯해서였고, 노르웨이 시장 95%를 점유한 ‘미스터 리’ 상표권을 대기업에 넘긴 것도 정점에 이르러 더는 자기가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가족과 헤어지고 부상을 입어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하던 소년 시절의 이철호씨
한국전쟁 때 가족과 헤어지고 부상을 입어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하던 소년 시절의 이철호씨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라고 했다. 한국에 온 김에 용산 전쟁기념관 안에 한국전 당시 유엔 사무총장인 트뤼그베 할브단 리를 기리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분이 한국을 살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몰라요. 소련이 불참할 것을 알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유엔군 참전을 성사시켰거든요. 알 만한 사람은 알아야 하잖아요.”

그는 한국전 당시 노르웨이 군의관과 간호사들이 얼마나 한국을 위해 노력했는지를 설명했다. “노르웨이군의 동두천 야전병원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치료했어요. 저도 그 가운데 한 명이고요. 전쟁 뒤에도 남아서 스위스·스웨덴과 함께 세운 서울의 국립의료원, 마포 아동병원, 대전 결핵병원 등에서 진료를 하고 한국인 의사를 양성했어요. 일제는 한국인 의사를 기르지 않았잖아요?”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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