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 개운사길→‘인촌길’ 개명에 불교계 반발
정부가 동-번지 주소에서 도로명 주소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서울 성북구 개운사 진입로 이름을 ‘개운사길’에서 ‘인촌길’로 바꾸겠다고 하자, 불교계와 항일운동 단체들이 “친일 인사인 김성수의 호를 도로명으로 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수는 <동아일보>를 창업하고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교장을 지냈으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단체에 가입하고 일제 말기 학병제를 찬양했다’며 그를 친일행위자로 규정했다.
성북구는 23일 “서울시가 지난해 6월 개운사길이 연결되는 주도로(고려대네거리~보문역 1.2㎞)의 이름을 인촌로로 고시했다”며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7월29일부터 ‘개운사길 51’이 ‘인촌로 23길’로 바뀐다는 통지문을 지난달 개운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성북구 관계자는 “주도로에 연결되는 지선도로는 큰길 이름을 인용하도록 돼 있다”며 “인촌로의 왼쪽에 있는 23번째 길이란 뜻으로 인촌로 23길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개운사 쪽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활동하는 등 항일불교 운동의 터전인 개운사의 역사와 인촌 김성수의 친일 행적 논란, 도로명 변경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개운사 관계자는 “법 시행령에는 지역적 특성, 역사성, 지역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바뀐 도로이름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와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등 9개 항일운동 단체도 최근 성명을 내어 “개운사길을 인촌길로 개명하는 것은 순국선열들의 넋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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