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여당 일부 “수사개시때 즉각 검찰에 알려야”
“검찰권한 되레 강화 유례없이 저항할 것”
“검찰권한 되레 강화 유례없이 저항할 것”
경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부글부글 끓더니, 곧 폭발할 분위기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합의했던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오히려 강화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사개특위에서 여야가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기로 의견을 모을 때까지만 해도 경찰의 오랜 숙원이 풀리는 듯했다. 사개특위는 ‘수사관·경무관·총경·경감·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1항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엔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로 바꾸도록 했고, 검찰청법 53조의 ‘검사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는 삭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사개특위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 의결 과정에서, 검찰 권한을 공고히 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는 요구가 나와서다. 이날 특위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할 때 지체 없이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는 조항을 형소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열린 특위에서도 같은 기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사개특위 논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어서 소식을 접한 경찰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16일 사개특위 직후 열린 조현오 경찰청장 주재 간부회의에선 수뇌부들의 격앙된 반응들이 쏟아졌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는)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부터 검찰 지휘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특위 논의가 역행할 경우 직위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23일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꾸려진 사개특위에서 오히려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한나라당 의원들 주장대로 될 경우 경찰은 ‘그동안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강력하게 저항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개특위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6월 말로 정해진 사개특위 운영시한 안에 여야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어렵게 합의한 수사개시권 명문화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여야는 사개특위 핵심 쟁점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시한이 연장돼도 하반기 국정감사와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사개특위 논의는 물건너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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