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영등위 복마전’ 내부폭로 잇따라

등록 2005-07-06 18:15수정 2005-07-06 18:15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건물 들머리.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건물 들머리.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업체 친인척이 심의주도”- “나도 접대 받은적 있소”

‘복마전’ 심의 의혹을 받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아케이드게임 소위원회의 전·현직 위원과 예심위원들로부터 “일부 위원들과 특정 업체의 유착 의혹”과 “업체들의 맹렬한 로비”를 폭로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소위 위원은 6일 “업체 관계자들과 일부 심의위원들 사이의 만남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 위원이 특정 업체와 도를 넘는 위험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영등위나 소위 안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동시에 상당수 위원들은 위촉 과정에서, 성인용 아케이드게임 업계의 주요 인물이나 전·현직 영등위 고위 관계자들의 직·간접적인 후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위원인 ㄱ위원이 두 달 이상 ㅇ업체 게임기의 심의 통과를 격렬하게 반대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심의가 났다”며 “바로 직전 해당 업체 관계자로부터 ‘ㄱ위원을 만나 얘기가 잘 됐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예심위원도 일부 심의위원들이 업체들과 선이 닿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일부 심의위원은 특정 게임의 등급 분류를 무리하게 막으려 하거나,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보일 때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위원의 경우 ㅁ업체의 게임기를 무리하게 통과시키려고 해 주변에서 의아해한 적이 있으며, 또다른 위원은 ㅇ업체의 게임의 등급 분류를 비상식적으로 격렬하게 반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예심위원은 “(소위의 결정을 보면서) 가끔 ‘비슷한 게임기가 예전엔 심의가 안 나갔는데 왜 이건 나가지?’ 또는 ‘이 건은 예전에는 심의가 나갔는데 왜 지금은 막히지?’ 하는 의구심을 가질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심의위원을 지냈던 이들도 내부의 커넥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아케이드게임 소위에서 활동한 한 ㄱ씨는 “업체 관계자의 가까운 친인척과, 업체 대표를 지낸 사람까지 위원으로 활동하며 심의를 주도해 내부적으로 우려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번 회의에 불참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다른 동료 위원이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의 게임기 심의 통과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얘기를 예심위원들로부터 듣고 걱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심의위원과 게임업체와의 만남과 향응, 업체들의 맹렬한 로비 시도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인 한 심의위원은 “솔직히 제작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적이 있다”며 “다른 위원도 그 업자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동료 위원은 한 업체 관계자로부터 ‘게임기 200대(1대당 300만~500만원)의 운영이익을 (매달) 줄 테니 심의를 통과시켜 달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위 위원과 영등위 본위원을 함께 지낸 ㅈ씨는 “업체 관계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한번만 만나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중심이 굳지 못하면 업체의 막무가내식 로비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예심위원도 “‘우리 게임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라’며 만나자는 전화가 종종 오고 어떻게 알았는지 집까지 (제작업자가) 찾아오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양상우 이형섭 기자 ysw@hani.co.kr


성인오락기 제작업자들 반응

“로비는 선택 아니라 필수”- “적어도 2천만원은 써야”

“로비도 못했는데, 심의가 나길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한 제작업자는 “로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잘라말했다. 다른 업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심의에서 번번이 보완 결정을 통보받다 출시 시점을 놓쳐버린 대다수 제작업자들의 의심은 그들이 듣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소문’에서 시작돼 ‘그 결과’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특정 업체에서 새 기계를 기다리던 오락실들에 “심의가 나기로 돼 있다”며 오락기 설치를 시작한 뒤 실제로 하루이틀 뒤 해당 게임기의 심의가 발표되는 식이다.

지난달 하순 부산에서 만난 몇몇 제작업자들과 성인오락실 업주들은 “오락기 공급을 약속한 제작업자가 ‘심의위원들을 확보했다’고 밝힌 뒤 심의가 곧바로 났다”며 “게임기의 성능 문제도 있겠지만, 역시 열쇠는 로비”라는 주장했다. 몇몇 제작업자들은 인터뷰 중에 다른 업자들에게 로비선이나 방식을 묻는 전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 제작업체 사장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게임기인데도, 중간에 있는 로비스트가 한 건 심의를 내려면 적어도 2천만원 써야 한다고 했다”며 “로비스트는 돈을 건네면 우선 심의 통과를 위해 서류 검토를 해주고, 한두 차례 보완 지시를 한 뒤 심의가 나올 것이라고 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들의 맹렬한 로비와 심의위원들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도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 게임제작업체 관계자는 “심의위원끼리의 술자리에서 멱살잡이를 한 일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업계에 퍼진다”며 “소위나 사무국 등 곳곳에 업자들의 ‘촉수’가 뻗쳐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소위의 한 심의위원은 “심의 결정권이 있다는 걸 빌미로 일부 위원들은 절대권력자처럼 굴기도 한다”며 “한 게임제작업자는 영등위가 계속 자신의 게임물을 늦추는 데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가 ‘반성문’을 써 내라는 소위 쪽의 요구에 실제로 소위에 ‘반성문’ 형식의 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상우 이형섭 기자 y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