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KDB노조 압수수색
조합원 명의의 소액후원 방식으로 진보정당에 정치자금을 건넨 노동조합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2부는 지난 20일 서울 역삼동의 엘아이지(LIG)손해보험 노조 사무실과 서소문동 케이디비(KDB)생명(옛 금호생명)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이들 노조의 회계장부와 송금 내역, 후원금 영수증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합원과 정당 쪽 인사들을 소환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두 회사 노조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각각 조합원 수백명의 이름으로 10만원씩 후원금을 내,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금호생명 노조는 지난 2009년 조합원 259명한테서 각자 10만원씩, 모두 2590만원을 갹출해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에 건넨 혐의는 공안1부(부장 이진한)가, 진보신당에 제공한 혐의는 공안2부(부장 안병익)가 맡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합원 명의로 이뤄진 후원은 사실상 노조라는 ‘단체’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며, 이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지난해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됐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법인·단체 등 기부 제한자의 후원금 기부’ 사례 36건을 적발해, 이 가운데 9건을 고발하고 4건을 수사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선관위가 고발·수사의뢰한 노조 가운데 첫 압수수색”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 수사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소액 정치후원에 대해 검찰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는 것은 정·재계의 결탁과 일부 기득권층에 의해 독점돼 온 정치풍토를 유지하고 대중들의 정치참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도 “검찰이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 국회의 검찰 개혁안에 반발해 국회의원들의 아킬레스건인 ‘정치 후원금’을 뒷조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태규 김소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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