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사무처리 규정’
‘전직에도 소송비’ 규정 만들어 배임·뇌물수사 대비
참여연대 “횡령 혐의”…검찰, 음 전사장 다시 소환
참여연대 “횡령 혐의”…검찰, 음 전사장 다시 소환
음성직(64) 전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도시철도) 사장이 퇴임을 앞두고, 재직중 발생한 민형사 소송에 대해 퇴임한 뒤에도 변호사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규를 개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회사가 개인비리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임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대면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는데, 공기업인 도시철도는 ‘전직’ 임직원들의 변호사 비용까지 대도록 한 것이다.
<한겨레>가 23일 입수한 도시철도의 내부 문서를 보면, 이 회사는 2월9일 ‘소송사무처리 규정’(문서)을 개정했다. “임직원이 재직중 귀책사유 없이 공사의 이익증진을 위해 처리한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퇴직 후 발생한 민형사상 등의 소송”에 대해 변호사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개정 이유를 “공사의 이익증진을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업무 수행에 헌신한 임직원에 대해 퇴직 후 발생되는 소송사무처리의 근거를 정한다”고 밝혔다.
음 전 사장은 이 조항이 신설된 직후인 2월 말에,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갑자기 사직했고 사표는 3월2일에 수리됐다. 바뀐 규정에 따라 음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가 수사중인 해피존·스마트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배임·뇌물 혐의 사건의 변호사 비용도 도시철도 예산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음 전 사장은 최근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회사 법인이 소송 당사자가 된 사건에만 회삿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댈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 이외에는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로 변호사 비용을 댔어도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도 있다. 검찰은 이날 음 전 사장을 두번째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앞서 음 전 사장은 재직중이던 지난해 8월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고검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명순)가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무혐의 취지로 ‘각하’ 처분하자 음 전 사장은 착수금과 성공보수 7천만원을 회삿돈으로 지급해 횡령 논란이 일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규 개정과 관련해 음 전 사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도시철도에서 진행한 입찰 절차와 관련된 것이어서 도시철도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적법하다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특혜를 제공해 국가에 손해가 발생해도 변호사 선임비를 예산에서 지출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간부는 “공사의 이익과 관련해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생긴 사건이라면, 퇴직 이후에도 변호사 비용은 공사가 부담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 규정을 신설한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가 소신을 갖고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음성직 전 도시철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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