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날’ 안산 거주 외국인들에 물어보니…
중국 출신이 원성 가장 높아
스리랑카인 직장차별 민감
이주민 열악한 삶 헤아려야
중국 출신이 원성 가장 높아
스리랑카인 직장차별 민감
이주민 열악한 삶 헤아려야
경기도 안산시의 외국인 주민 가운데 중국 출신이 가장 심한 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주민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는 듯하지만, 실제론 사회적·문화적 차별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는 ‘무늬만 다문화 사회’란 비판도 여전하다.
24일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이 지난해 말 안산시 의뢰로 진행한 ‘안산시 외국인 주민 인권 증진 기본계획 수립연구’(설문대상 379명)를 보면, 한국인으로부터 차별을 가장 크게 느끼는 쪽은 중국 출신 주민들이었다. 베트남 출신 주민들이 중국의 뒤를 따랐고, 인도네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및 스리랑카 출신들이 느끼는 차별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안산시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3만5258명(2명 이상인 국가는 51개국)이고, 안산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외국인 인권조례를 제정하며 ‘다문화 1번지’로 불려왔다.
중국 이주민들이 한국인들의 차별에 가장 민감한 이유에 대해 연구원 쪽은 “중국 주민들 중 다수가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동포여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산시 중국 이주민의 84.9%인 2만570명이 조선족 동포들이다.
직장 내 차별을 가장 크게 느끼는 쪽은 스리랑카 출신 이주민들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1992년 산업연수생들이 국내로 유입되던 때부터 안산에 정착한 스리랑카 이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인권의식이 높아 직장 내 차별에 민감한 것으로 풀이했다. 또 미등록체류자가 많은 단기사증(C) 보유자는 합법체류 자격인 고용허가비자(E)와 특례고용허가비자(H)를 가진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으로부터 차별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25일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리는 ‘2011년 세계인의 날(20일) 기념 다문화인권 포럼’에서 발표한다. 오경석 연구원 연구교수는 “한국 사회의 이주민 포용 정책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적·문화적·심리적 차별과 모욕은 여전하다”며 “이주민에게 가해지는 전형적인 인권침해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저소득층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열악한 삶의 현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안산시 거주 이주민의 대다수가 비좁은 공간(원룸, 고시원)이나 임시 거주지(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결혼이주여성이 ‘외국인’이란 이유로 대형마트 멤버십 카드 발급이나 계산원 모집 이력서 접수 자체를 거부당하는 사례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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