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송원(58) 서미갤러리 대표
검찰,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국내 화랑계의 ‘큰손’ 홍송원(58) 서미갤러리 대표가 오리온 계열사와 고가의 미술품을 빈번하게 거래하고 이를 담보로 38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오리온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5일 오리온 계열사가 판매·보관을 위탁한 그림을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제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로 홍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홍 대표는 2007년 8월 오리온 쪽에 로이 릭턴스타인(리히텐슈타인)의 <스틸라이프>를 90억원에 팔았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가 회삿돈 90억원으로 대금을 치렀지만, 이 그림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이화경(55) 오리온 사장의 개인 사무실에 걸렸다. 이듬해 7월, 1년도 채 안 돼 그룹 전략담당 조경민(53·구속 기소) 사장은 “95억원 이상을 받고 팔아달라”며 이 그림을 다시 서미갤러리로 가져왔는데, 홍 대표가 이 그림을 서미갤러리 것으로 꾸며 담보로 제공하고 거액을 대출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2009년 2월에는 오리온의 위장 계열사인 아이팩이 루돌프 스팅겔의 <언타이틀드>를 서미갤러리에서 8억1000만원에 구입하는 등 4점의 그림을 33억원에 사들였다. 담철곤(56) 오리온그룹 회장이 차명보유하던 아이팩의 지분을 처분한 대금의 일부로 구입한 것이었다. 아이팩에서 구입했으나 “보관해달라”며 놓고 간 이 그림을 홍 대표는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또 홍 대표가 조 사장의 부탁을 받고 서울 청담동의 고급빌라 부지 매각 대금 40억6000만원을 시행업자로부터 송금받아 미술품 거래 대금으로 꾸며주고(범죄수익은닉 규제·처벌법 위반), 개인 빚을 갚으려 서미갤러리 돈 5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1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담철곤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오리온그룹은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담 회장 개인 재산으로 아이팩 중국 자회사 인수에 따른 손해액 31억원, 사택 관리 인력 인건비 20억원, 미술품 구입비 8억7000만원 등 160억원을 전부 변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통해 담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태규 노현웅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