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형 논술→본고사·특기자 확대→신 고교등급제 우려 표명
“서울대 입시안 수정요구 않고 보완 협의하겠다” 뒷문 열어놔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 교육의 축을 학교 바깥에서 학교 안으로 옮긴다는 2008학년도 이후 새 입시개혁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서울대 등과 협의를 통해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신 강화, 관철될까?=교육부는 이날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할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나아가 당락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주요한 자료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교육부는 서울대가 3분의 1까지 늘리겠다는 특기자전형 역시, “특목고 등에 유리하게 뽑을 경우, 평준화의 기조를 흔들고 신고교등급제로 변질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는 정시와 특기자, 지역균형 선발을 30% 안팎으로 뽑겠다는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무방하다”는 이제까지의 자세와 다른 것이다. 남는 문제는 교육부의 이런 ‘변신’이 내신을 강화하는 입시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교육부는 서울대 입시안이 끼칠 파장을 우려하면서도 서울대 입시안의 기본방향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즉, 특기자 전형 모집인원을 3분의 1로 늘리거나 통합교과형 논술의 반영비율을 확대한 사항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정요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대학 쪽에서 큰 틀을 제시했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새 입시안 취지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서 차관보는 “서울대가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학생부 반영비율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도록 하고, 특기자전형 역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아니라 애초 취지에 맞게 남다른 특기를 지난 학생을 선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불’을 제외한 전형자료의 반영비율 등은 그동안 대학의 권한으로 인정해왔기 때문에 당국의 이런 요청에 대학이 선뜻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 교육부는 “논술은 전형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대학 쪽으로부터 ‘4불’이냐는 지적을 받고 바로 거둬들인 바 있다.
본고사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 정리 필요=교육부는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서도 본고사형으로 치러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기존 견해만을 강조했다. 교육부로서는 본고사가 뭔지 아직 자체 정의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유형도 나오지 않은 논술을 본고사로 규정한다는 것이 무리다. 본고사로 절대 내지 않겠다는 서울대의 항변에 대해 적절하게 대항논리를 세우지 못하는 이유이다. 교육부는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 중심으로 선발하겠다고 계속 고집하면 행정·재정적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어떤 유형의 대학별 고사가 본고사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 한 이런 경고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서울대 “본고사 아니라니까요” 학부모단체 “입시안 철회·3불 법제화 투쟁” 6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 결과가 알려지자, 서울대는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서울대 입시에서 고교 내신은 여전히 중요하고, 본고사를 부활할 생각도 없는데 일부에서 정시의 통합교과형 논술만 너무 부각시켜 문제를 삼고 있다”며 교육·시민단체한테 책임을 돌렸다. 학생들의 농촌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간 정운찬 총장도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회가 대학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특기자 전형 확대가 특목고 입학생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염려하나, 특기자 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많이 모집하는 분야는 자연계이며, 올해 신입생의 경우 의예과나 인문계열은 전체 인원의 10% 정도만 특기자 전형으로 뽑았다”며 외고 출신의 학생들이 특기자 전형에서 큰 이익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2005학년도의 경우 지역 균형으로 20% 뽑았는데, 특목고는 2명이었다”며 지역균형에서도 특목고 학생이 유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수 위주 지필고사가 본고사라는 교육부의 원칙을 준수하고, 학생들의 부담도 고려해서 전형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일부 사립대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서강대 한 관계자는 “논술 예시문제도 안 나왔고, 본고사를 보겠다는 발표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전면전을 선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의 2008 학년도 입학전형 기본계획의 폐기를 요구하며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밤샘 거리농성을 해온 교육·시민단체들은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들의 2008 학년도 입학전형 기본계획 폐기와 ‘3불 정책’ 법제화 등이 이뤄질 때까지 전국 학부모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회장은 “교육부가 지금까지 국립대인 서울대에 질질 끌려다닌 이유는 엄포만 늘어놨을 뿐, 한번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행정·재정적 제재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입시안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규 이호을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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