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낮 경기도 광명시 한 고교에서 일어난 학생 독극물 중독 사건(■ 교내 사물함 음료 먹고 광명 고교생 구토·마비)은 자신에게 말장난을 심하게 하며 괴롭힌 친구를 혼내주려고 같은 반 학생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27일 제초제를 탄 음료수를 사물함에 넣어둬 이를 마신 친구에게 구토와 마비 증세에 시달리게 한 혐의(상해)로 이 학교 3학년 ㄱ아무개(18)군을 입건했다. ㄱ군은 지난 24일 학교 5층 복도에 있는 친구 사물함에다, 제초제를 섞은 매실향 음료를 담은 스테인리스 보온병과 초콜릿 1개를 몰래 가져다놓았다. 이 제초제는 주로 잡초나 아카시아, 쑥 등을 제거하려고 묘지 등에서 쓰이는 농약이다.
ㄱ군은 이날 낮 12시50분께 사물함을 함께 쓰는 ㅈ아무개군에게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ㅈ군이 이를 꺼낸 뒤 ㅇ아무개군 등 모두 7명이 음료를 나눠 먹었다. 이들 모두 맛이 이상해 곧바로 뱉어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ㅇ군만은 구토와 함께 손이 마비되는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위 세척 처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ㄱ군은 평소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한 ㅈ군을 혼내주려고 이런 일을 계획했으나, 엉뚱한 ㅇ군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내성적인 ㄱ군이 평소 ㅈ군의 잦은 말장난을 혐오스럽게 여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제의 보온병 유통 경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ㄱ군의 아버지가 사은품으로 받아 보관해온 사실과 ㄱ군이 인근 가게에서 초콜릿을 사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확보해 ㄱ군의 범행을 자백받았다. 광명/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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