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판중심주의’ 한다더니 사개추위 초안보다 후퇴 ‘세몰이’ 검찰-“조서 필요” 판사 목소리 반영
영상녹화물 보충증거 인정…재판 악영향 우려 6일 사법제도개혁추진실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합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판 중심주의’ 측면에서 사개추위 초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서를 달아 검찰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한 합의안은 대표적인 ‘퇴행’ 사례로 꼽힌다. 사개추위는 4월, 피고인이 검찰 조서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초안을 마련했다. 법정에서 모든 것을 가려보자는 ‘공판 중심주의’를 실현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무위 소위의 합의안은 변호인 참여, 진술거부권 보장 등 수사가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 점이 인정되면 피고인이 부인하는 검찰 조서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게 했다.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검찰들의 의견과 함께 ‘조서 없으면 재판하기 힘들다’는 판사들의 의견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안에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했던 영상녹화물이 보충적 증거로 인정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영상녹화물을 통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만, 조서보다 영상녹화물의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판사의 심증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주도한 사개추위 관계자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조서를 증거로 쓰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조서를 법정에 들여올 수 없다고 한 게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증언, 영상녹화물, 조서 가운데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를 증거로 쓰느냐는 정책적인 결단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절차를 형소법에 일일이 명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인권침해 없이 투명하게 작성된 조서라면 증거로 써도 괜찮다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이번 합의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특수통 검사는 “타협의 산물이라기보다 조서 없이는 재판을 하기가 힘든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수사절차 투명화로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그런 추세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수사상의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개추위 관계자는 “조서에 편중한 수사, 조서에 의존한 재판을 하지 말자는 게 원래 의도였는데, 지금 마련된 안은 애초 의도했던 ‘공판 중심주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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