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1박2일 워크숍 꼭 가야하나요?
기업들 단합행사 많은 계절
상사-부하 직원간 세대갈등
“최대한 멀리 가자” 주장에
“힘만 들고 주말 날려” 푸념
상사-부하 직원간 세대갈등
“최대한 멀리 가자” 주장에
“힘만 들고 주말 날려” 푸념
대형 보험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구아무개(32) 대리는 회사 ‘워크숍’ 계획을 짜느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해마다 1~2차례 부서 직원들끼리 단합을 위해 회사 밖에서 하는 행사인 워크숍 일정을 놓고 상사와 부하 직원들 간에 신경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부서장이나 팀장 등 상사들은 1박2일로 최대한 먼 곳에 낚시를 가자고 주장한다. 반면 후배 직원들은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당일치기로 다녀오자고 한다.
구씨는 “상사들은 집에서 하루라도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젊은 사원들은 휴일근로수당도 안 나오는 토요일을 직장 상사들과 보내는 걸 싫어한다”며 “어차피 가서 술만 먹고 돌아올 건데 멀리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불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위에서는 워크숍에 가서 논의할 업무에 관한 프로그램까지 짜 보라는데 마땅한 게 없다”며 난감해했다.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이 되면서 구씨 회사 사례처럼 워크숍을 둘러싼 직장 내 ‘세대갈등’이 직장인들 사이에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체육대회나 야유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회사 단합대회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서구식 기업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름이 워크숍으로 바뀌고, 단순히 놀다 오는 데서 벗어나 업무 관련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내용도 달라졌다. 하지만 단합대회를 둘러싼 부하 직원들의 불만이나 직장 상사와의 신경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레퍼토리다.
중소 유통업체에 다니는 박아무개(33)씨에게 워크숍은 안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임원들의 취향에 따라 장소와 프로그램이 일방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한 임원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눈여겨봐둔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는데, 4시간 산행을 위해 왕복 8시간이나 버스를 타느라 직원들이 힘들어했다. 올해 봄 설악산 콘도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업무에 관한 토론만 하다 왔다. 박씨는 “밖에서까지 일하느니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겠다”며 “윗분들은 휴양지에 오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 밖에서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서울 역삼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아무개(30·여)씨는 “여직원들에게 음식 준비나 설거지 같은 일을 시키는 남자 직원들이나 회사 밖에서도 상사들에게 아부하는 직원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어차피 회사 생활의 연장으로 여겨 워크숍이 기분 전환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부급 직원들은 오히려 후배 직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화살을 돌린다. 한 대형 통신업체의 차장급 직원은 “갈수록 혼자 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업무 관련 워크숍은 줄어들고 있고, 단합대회 형식의 워크숍도 젊은 직원들이 싫어하는 편”이라며 “직원들 사이에 단합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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