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단바망간기념관 살리기 후원회원 가입 행
사에서 시민들이 가입 신청서를 쓰고 있다.
단바망간기념관 만성적자로 운영난 계속되자
학생들 나서 한달 만에 300여명 후원자 모집
학생들 나서 한달 만에 300여명 후원자 모집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 고등학생 20여명이 록밴드의 음악 소리에 묻힐세라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단바망간기념관을 살리기 위해 후원회원에 가입해 주세요.” 이들이 입은 하늘색 티셔츠 앞부분에는 글자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나란히 줄을 맞춰 서보니 ‘일본이 지우려는 역사 우리가 함께 지켜요’라는 글귀가 완성됐다.
‘단바망간기념관’은 일제강점기 일본 교토에서 북동쪽으로 50여㎞ 떨어진 단바지역 망간광산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징용자들의 노동현장을 보존한 전시관 겸 박물관이다. 1995년 타계한 재일조선인 이정호씨가 죽기 전 모든 재산을 털어 가족과 함께 직접 갱도를 넓히고 자료를 모아 1989년에 개관했다. 기념관은 아버지의 유업을 이은 아들 이용식(51)씨가 20여년간 입장료 수입만으로 운영해 왔지만, 2009년 연 500만엔의 만성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해 단바망간기념관 재건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한·일 두 나라 시민들이 1억원을 모아 오는 26일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기념관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달에 500만원 남짓한 후원금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기념관 살리기 활동은 성동글로벌경영고 국어교사인 황의중(56)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동포사랑’이라는 특별활동반을 운영하는 황 교사로부터 사정을 전해 듣게 된 학생들은 지난 3월 모임을 만들고, 4월에는 주요 포털사이트에 기념관 후원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한달여 만에 20대 직장인과 대학생·고등학생을 중심으로 300여명이 다달이 3000원이나 5000원을 후원하는 회원으로 가입했다. 학생 회원 13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평생후원을 약속했다.
이날 마로니에공원에서 작은 확성기를 들고 회원가입 홍보에 나선 성동글로벌경영고 3학년 나은선(18)양은 “우리 역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우리 노력으로 후원회원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는 11일 덕수궁에서 열리는 6월 민주항쟁 24돌 기념행사의 부분행사로 회원가입 캠페인을 할 계획이고, 이어 국회의원 대상 홍보와 가입 행사도 열 예정이다. 단바망간기념관 후원회원 가입은 재건 추진위원회 누리집(www.tanbamangan.net)에서도 할 수 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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