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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화마에 잿더미로 변한 ‘포이동 판자촌’ 30년 터전 잃은 주민들 ‘쫓겨나나’ 불안감

등록 2011-06-13 21:00수정 2011-06-16 09:14

폐기물 야적장에서 일어난 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동 1226번지 재건마을 화재 현장에서 강남구와 서울시에 재난지역 지정에 준하는 조처와 주거권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폐기물 야적장에서 일어난 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노인들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동 1226번지 재건마을 화재 현장에서 강남구와 서울시에 재난지역 지정에 준하는 조처와 주거권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마을밖 화재로 75가구 삼켜
이재민들 천막 등에서 밤새
“철거 두려워 조바심냈는데”
지난 12일 화재로 판자촌 대부분이 잿더미가 된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동 1266번지) 재건마을’ 이재민들은 13일에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강남구청이 지정한 구호소인 구룡초등학교 강당도 마다하고 컨테이너로 만든 마을회관과 천막에서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샜다고 했다. 그동안 퇴거압력에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한순간 화마에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이제 영영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수서경찰서는 이날 마을 어귀 목공소 인근에서 나무젓가락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스티로폼에 올려놓아 불을 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초등학생 김아무개(9)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은 마을 전체 96가구 중 75가구를 집어삼켰다. 나머지 집들도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지붕이 내려앉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판자촌 주민들에게 불은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늘 불이 날까봐 염려하며 살았다. 집집마다 소화기를 들여놓고, 대피훈련도 했다. 큰불에도 다친 사람이 없는 건 그나마 그 덕분이었다.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폐허가 된 마을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을을 비운 사이 판자촌이 철거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에는 이 마을의 지난한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전두환 정권은 1981년 도시빈민·부랑인 등으로 구성된 6자활근로대 일부를 이 지역에 강제이주시켰다. 자활근로대는 박정희 정권이 거리 미화를 명분으로 만든 것이다. 그 뒤 개포4동 동사무소와 인근 공공주차장 신축 부지에 살던 이들도 이곳으로 강제이주됐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1990년부터 주민들에게 ‘시유지 무단점유’라는 이유로 가구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토지변상금을 부과했다. 구역정리를 하면서 포이동 200-1번지를 266번지로 변경한 뒤 주민등록 주소를 옮겨주지 않았던 탓이다. 올해 들어 이를 철회할 듯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확답을 미룬 상황이었다. 포이동대책위원회 조철순 위원장은 “어렵게 일군 삶의 터전이기에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주거환경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이재민 200여명은 옷 한벌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밖으로 뛰어나온 처지다. 이들은 의류나 위생용품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마을 공부방 일을 돕고 있는 신지혜(24)씨는 “공부방 아이들 13명 중 8~9명이 집도 잃고 교복·신발도 없어 오늘 학교도 못 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방 두칸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김미선(42)씨는 11살 난 막내 돌반지를 챙겨 오지 못한 게 너무 서글프다고 했다. “아기한테 다른 것은 몰라도 돌반지만큼은 챙겨주려고, 형편이 어려워도 손대지 않고 장롱 깊숙이 넣어둔 건데….”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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