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00억 비자금’ 담철곤 오리온 회장 구속기소
회삿돈으로 값비싼 수입 미술품을 사들여 이를 집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재벌가의 행태에 검찰이 제동을 걸었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13일 이 그룹 사주 일가의 이런 행위에 처음으로 횡령죄를 적용했다.
검찰 수사 결과, 오리온그룹 담철곤(56·구속 기소) 회장 일가는 4개 계열사의 돈 140억원을 들여 미국의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을 55억원에 구입하는 등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수입 미술품 10점을 사들였다. 작품 선택은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55) 그룹 사장이 맡았고, 거래를 주선한 곳은 모두 홍송원(58·구속 기소)씨가 운영하는 서미갤러리였다.
지난달 14일 검찰이 서울 성북동의 담 회장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식당의 식탁 위에는 모빌의 창시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콜더의 28억원짜리 모빌 작품()이 달려 있었고, 정원에는 큰 돌로 만든 14억원짜리 설치작품() 등 모두 4점이 집안 곳곳에 장식돼 있었다고 한다. 나머지 6점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담 회장이 그룹 직원들을 시켜 경기도 양평의 회사 연수원으로 옮겨 놓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미술품 구입과 관련해 담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배임죄를 적용했지만, 기소 단계에서 횡령죄로 바꿨다.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 소장용 미술품을 샀다고 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는 법인의 재산 투자라고 주장하지만, 사주 취향에 따라 개인 미술품을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재발 방지 또는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다른 기업들의 원상회복을 위해 횡령죄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위장계열사인 아이팩에서 급여 형식으로 돈을 받고, 이 회사의 성북동 서울영업소를 구조변경해 별채로 사용하는가 하면 회삿돈으로 고급 수입차량을 리스해 사용한 담 회장을 226억원 횡령과 74억원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편 부동산 매각을 통한 40억원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아온 이 사장은 입건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이 건은 조경민 사장과 홍송원 대표의 공모 행위로 결론을 냈다”며 “이 사장은 미술품 횡령에도 관여했지만 남편인 담 회장이 구속 기소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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