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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경 넘어 몸까지 빌려줄 인연…하늘이 맺어줬죠”

등록 2011-06-19 20:05수정 2011-06-19 20:06

중국인 결혼이주여성 강향순씨
신부전증 남편에 신장이식키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니까 몸 일부까지 나눠서라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요.”

충북 제천시 하소동 강향순(32·사진)씨는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남편 정용교(43)씨에게 오는 27일 신장 한쪽을 떼어주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2003년 중국 지린성에서 정씨를 만나 결혼한 강씨는 이듬해 2월 제천으로 건너와 첫딸 의정(8)양 등 네 딸을 낳고 순탄하게 살아왔다. 남편 정씨가 2004년 10월 대형 교통사고 뒤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흔한 부부싸움도 한번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올초 정씨가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게 되자 시름이 깊어졌다. 최근엔 일주일에 세 차례씩 4시간에 걸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남편의 고통을 지켜보던 강씨는 지난달 중순 남몰래 병원을 찾아 의사에게 신장 이식을 건의한 뒤, 이식을 위한 ‘조직 적합성 항원’ 검사를 받았다. 일주일 뒤 병원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강씨는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친족끼리도 20%가량만 수술 적합 판정이 난다는 얘길 들었지만, 우린 한국과 중국이라는 국경을 뛰어넘어 하늘이 맺은 부부니까 당연히 적합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아내의 수술 제안에 손사래를 치던 남편 정씨는, 중국인 장모 안아무개(58)씨까지 병원을 찾아와 수술을 독려하자 마음을 돌렸다. 정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웠는데, 몸까지 빌리게 됐다”며 “수술 뒤 몸이 나으면 날마다 업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웃 다문화 가정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지난해부터 제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 강사로 중국어를 가르치며 새내기 결혼 이주 여성들의 정착을 돕는가 하면, 밤에는 제천 대원대 사회복지학과에도 다닌다. 강씨는 “좋은 남편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린 것이 내 복이라면 그 복을 여럿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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