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추적 끝에 붙잡아 압송
“보석원석” 속여 운반책 모집
‘심부름’ 한국인들 감옥살이
“보석원석” 속여 운반책 모집
‘심부름’ 한국인들 감옥살이
국내에서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다 외국으로 도주한 뒤 남미에서 대규모 마약밀수조직을 구축한 한국인이 국내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평범한 한국인들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밀수에 이용한 이 한국인을 5년 넘게 추적해 붙잡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2004년과 2005년, 한국인 운반책 3명을 통해 코카인 48.5㎏을 밀수한 혐의(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조아무개(5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코카인 48.5㎏은 소매가 1600억원어치이며, 16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물량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조씨는 1994년 10억원대 건축 사기 사건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리남으로 도주했다. 조씨가 8년 동안 선박냉동기사로 일했던 수리남은 그에겐 ‘제2의 고향’이었다. 수리남 국적도 얻은 조씨는 1980년대부터 다져놓은 그곳의 인맥을 통해 마약조직을 구축했다고 한다. 조씨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범죄학원에 다닌 것 아니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밀수 범행에 탁월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조씨는 수리남 동포들과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운반총책이 된 수리남 동포는 국내로 들어와 자신의 지인들을 ‘지게꾼’(마약 운반책을 가리키는 말)으로 모집했다. “보석원석을 운반해주면 400만~500만원을 주겠다”며 주부, 용접공, 미용실 직원 등 순진한 한국인들을 꼬드겼다. 자신이 마약 밀수에 이용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프랑스·네덜란드를 넘나들며 심부름을 하던 한국인들은 현지에서 체포돼 1년6개월~5년 동안 외국에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 사건을 통해 조씨의 정체를 알게 된 검찰은 2005년 6월 조씨를 인터폴에 수배했고, 2009년 7월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서 체포된 그를 국내로 압송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 출신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 국제 마약조직을 구축하고, 한국인 운반책을 이용해 대륙간 마약거래를 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운반 총책이 수리남에 아직 건재해, 우리 국민을 범행에 또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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