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한혜경씨 등 4명 재판앞둬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엘시디(LCD) 생산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여러 희귀병 등으로 숨진 노동자는 4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4명이, 앞서 소송을 낸 고 황유미씨 유족 등과 별개로 낸 행정소송이 현재 재판에 계류돼 있다. 삼성 백혈병 제2차 소송이다.
2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황씨 유족 등이 일부 승소를 하면서, 제2차 소송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고 황유미·이숙영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특정 유해물질을 지목하지 않고서도 ‘지속적 노출’ 여부를 기준으로 백혈병 발병과 근무 환경 사이의 ‘포괄적’ 인과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인정 요건을 두고 대법원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서울행정법원은 기흥 사업장의 노후한 수동 설비와 세척 작업에 사용하는 유해 물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대법원이 요구하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받아들였다.
지난 4월 제2차 소송을 낸 한혜경(33)씨 등 4명의 소송 결과 역시, 이들이 근무해 온 작업장 환경과 이들이 앓고 있는 뇌종양 등 질환 사이의 일반적 연관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 6년여 동안 생산직으로 근무했으며, 뇌종양에 걸려 퇴사했다. 이들이 이날 재판부가 ‘가장 노후한 곳’이라고 인정한 기흥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만큼, 뇌종양 발병과 유해물질 사이의 일반적 연관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제2차 소송의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재판 결과가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서 삼성전자·삼성에스디아이(SDI) 등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희귀 질환을 앓은 노동자 가운데 17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6명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아직 심사가 진행중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