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주민들 빗속 복구 지난 12일 화재로 전체 96가구 중 75가구가 불에 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포이동 266번지 재건마을’ 주민들이 24일 오후 잿더미 속에서 옷가지 등 쓸 만한 물건을 찾는 등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주민들 스스로 화재복구
시민단체 오늘 후원행사
시민단체 오늘 후원행사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동 1266번지) 재건마을’ 주민인 서미자(54)씨는 비가 내리던 24일,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잿더미가 된 자신의 집터에서 고철 등을 줍고 있었다. 스물한살 때 자활근로대 남편과 결혼한 서씨는 1981년 추운 어느날 새벽, 트럭에 태워져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던 이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했다. 정부는 자활근로대를 서초동 정보사 뒷산에 집단수용했다 다시 포이동으로 이주시켰다. 주민들은 자재를 하나하나 손으로 주워 모아 판잣집을 지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켰고, 수도시설이 없어 물을 길어와야 했다. 서씨는 이날 폐허에서 반쯤 타버린 앨범을 찾아냈다. 2004년 잇따라 목숨을 끊은 50대 부부 사진이 있었다. 서씨와 함께 포이동에 들어온 이 부부는 고물수집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다 토지변상금을 부과받으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사진을 물끄러미 보던 서씨는 “지금이 20년 전보다 더 비참하다”며 “옛날엔 젊었고, 희망이 있었다”고 한숨 쉬었다.
지난 12일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판자촌 주민들이 빗속에서도 마을 복구를 위해 직접 삽을 들었다. 강남구청에선 이재민들에게 최장 10년을 살 수 있는 임대주택 제공을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부했다. 임대료·보증금조차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홀몸노인이 많은데다, 구청이 ‘시유지 무단점유’를 이유로 1990년부터 토지변상금을 부과하고 있어 임대주택에 들어가도 이를 압류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주민들은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만든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고, 직접 밥을 지어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고된 작업 뒤 밥을 먹는 곳은 비바람만 겨우 막는 비닐천막이다.
모자란 일손을 보태고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당 서울시당, 행동하는 의사회 등이 모인 ‘사람연대’는 25일 ‘포이동 주거 복구를 위한 연대의 날’ 행사를 한다. 회원 50여명이 타다 남은 물건들을 치우고 식사도 준비할 예정이다. 일요일인 26일에는 서울 을지로 향린교회 목사와 신도들이 이곳을 찾아 현장예배를 연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뉴요커 ‘8분의 1’ 아시안, 로비 파워 커진다
■ 무료 게임인줄 알았는데… 휴대폰 수십만원 ‘요금폭탄’
■ 서울대 법인화 충돌 ‘어정쩡한 봉합’
■ 애플, 한국서도 ‘삼성 특허침해’ 소송
■ ‘소셜네트워크’ 주역들 “굿바이! 페이스북”
■ 권할땐 언제고…‘매 맞는’ 임금피크제
■ 유성현장서 도망친 19살 용역 “너무 무서웠다”
지난 12일 화재로 전체 96가구 중 75가구가 불에 탄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동 1266번지) 재건마을’에서 24일 오후 한 주민이 잿더미 속에서 고철을 찾아 한곳으로 모으는 등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회당 서울시당, 행동하는 의사회 등이 모인 ‘사람연대’는 25일 ‘포이동 주거 복구를 위한 연대의 날’ 행사를 열어 주민들의 복구작업을 도울 예정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무료 게임인줄 알았는데… 휴대폰 수십만원 ‘요금폭탄’
■ 서울대 법인화 충돌 ‘어정쩡한 봉합’
■ 애플, 한국서도 ‘삼성 특허침해’ 소송
■ ‘소셜네트워크’ 주역들 “굿바이! 페이스북”
■ 권할땐 언제고…‘매 맞는’ 임금피크제
■ 유성현장서 도망친 19살 용역 “너무 무서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