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총학, 총장 사과문·점거 해제 등 4개안 합의
학생들 “법인설립준비위 해체 등 핵심 빠져” 비판
학생들 “법인설립준비위 해체 등 핵심 빠져” 비판
서울대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끝장 토론’에서 오연천 총장의 사과와 학생들의 행정관(대학본부) 점거 해제 등 4가지 안에 합의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양쪽은 26일께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인 법인화 추진에 대한 오 총장의 사과와 국회 출석 △총학생회의 행정관 점거 해제 △대화협의체 운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차례에 걸친 마라톤 토론을 벌여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달 30일부터 26일째 행정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총학생회는 이르면 27일 농성을 풀 것으로 보인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2차례 결렬 끝에 결국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점거 농성이 더 길어질 경우 양쪽 모두 ‘퇴로’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본부 쪽은 학생들의 행정관 점거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서울대 법인화 문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조짐에 부담을 느껴왔다. 더욱이 농성 과정에서 단식투쟁을 하던 부총학생회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돌발변수’까지 발생하자 사태 해결을 더 미루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도 애초 요구했던 법인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 해체와 법인화법 재논의가 대학본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현실을 인정해 한발 물러섰다. 또 참여 학생 수 감소 등으로 농성을 이어나갈 동력이 약화한 것도 총학생회가 투쟁 방향의 변화를 모색한 이유로 꼽힌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사이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설준위 해체와 법인화법 재논의가 합의안에서 빠져 농성 참가 학생들의 반발 등 진통이 예상된다. 일부 학생들은 23일 밤 총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합의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거 농성을 하던 한 학생은 “이렇게 합의할 거라면 점거를 왜 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총학생회는 25일 오후 1시 비공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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