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령·대통령령 차이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검찰의 강력 반발을 부른 것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제196조 제3항)는 대목이다. 지난 20일 검·경 합의안에서는 수사지휘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지만,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령으로 수정됐다.
법무부령이나 대통령령이나 법률이 위임한 규정을 상세하게 풀어놓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법무부령은 법무부가 주무를 맡아 관련 부처와 협의한 뒤 내용을 확정하고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 관보에 게재하면 된다. 수사지휘의 범위에 대해 경찰의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의 의견을 듣고 ‘협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령은 국무회의의 심사, 총리와 관련 장관들의 부서(서명),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수사지휘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면, 국무회의 심사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합의’를 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지휘 범위를 법무부령으로 정할 때와 비교하면, 경찰 쪽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 여지가 생긴다. 결국 수사지휘를 받아야 할 경찰이 그 대상까지 정하게 함으로써, ‘지휘’는 껍데기만 남고 사실상 경찰이 검찰과 대등한 지위로 격상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검찰권이 대통령령에 반영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수사와 기소 등 검사의 역할이 법무부령에 규정돼 있는 것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검찰은 주장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이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면 정치권력이 검찰권에 개입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치권력이 상황과 필요에 따라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검찰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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