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혁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 회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친일파 백선엽 찬양방송 사죄와 독재자 이승만 미화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백선엽 다큐는 광복회 정신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
<한국방송>(KBS)이 ‘친일 찬양’ 논란을 빚고 있는 ‘백선엽 다큐’ 방송을 중단해달라는 광복회의 요구에 내놓은 반응 가운데 일부다. 한국방송의 이 답변이 광복회 등 관련단체의 반발을 더 키우고 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으로 구성된 광복회(회장 박유철)에 따르면, 이 단체는 한국방송 백선엽 다큐(특집 2부작 다큐 <전쟁과 군인>) 방송이 나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한국방송에 공문을 보내 ‘백선엽-이승만 다큐’ 중단을 요구했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백선엽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 ‘간도특설대’의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친일파”라며 “친일파 백선엽에 대한 찬양 방송은 물론,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내보내겠다는 이승만 찬양 다큐의 제작도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대 독립운동단체인 광복회가 ‘백선엽-이승만 다큐’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자 한국방송은 즉각 답변서를 내놓았다. 한국방송은 광복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백선엽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앞 세대가 6·25남침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왔는지 되짚어보는 데 있으며, 이는 구한말 일본에 국권을 강탈당한 비극의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광복회의 정신과도 그 뜻을 같이 한다”며, 중단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한국방송이 백선엽 다큐의 기획의도를 광복회 정신에 빗댄 주장을 내놓자 광복회 등 관련 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광복군 등 항일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백선엽 관련 다큐를 광복회 정신으로 설명하는 것은 몰염치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나중화 광복회 사무총장은 “광복회는 앞으로 ‘백선엽-이승만 다큐’에 대해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그 뜻을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