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재건마을, 장맛비에 천막생활 서러운데…지난달 12일 화재로 수십가구의 집이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한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재건마을’ 주민들이 3일 오후 임시 거처에서 밥을 지어 함께 먹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체복구땐 강제철거 방침
주민들 “희망이 없다” 분노
주민들 “희망이 없다” 분노
서울 강남구가 지난달 12일 발생한 화재로 마을의 96가구 중 74가구가 불에 탄 ‘포이동 266번지(현 개포동 1266번지) 재건마을’을 복구하지 않기로 했다. 강남구는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주민들이 (불에 탄) 무허가 건물의 복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들어주는 것은 건축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만일 주민들이 자체 복구를 강행할 경우 강제철거 등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임대주택 입주 희망 여부 조사조차 ‘포이동 주거복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방해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부인이 아닌 주민들과 논의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화재 발생 이후 천막과 마을회관에 임시로 기거하며 임대주택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은 강남구의 발표에 반발했다. 주민들은 “구청이 서울 각지에 있는 매입 임대주택의 리스트 하나를 달랑 가져와 ‘임대주택을 제공할 테니 동의하라’고 했다”며 “임대주택 비용조차 마련할 수 없는 주민들에게 구청이 내놓은 대책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영 공대위 간사는 “자다가 천막이 무너지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마을을 재건하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강남구가 지난 9년 동안 포이동 재건마을을 주거지로 인정해달라는 주민들의 투쟁을 도와 온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마치 화재 이후 주민들이 엉뚱한 요구를 하는 듯 몰아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3일 저녁 마을에서 주점과 희망문화제를 연 데 이어 4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마을 재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포이동 주민 돕기 모금에는 이날까지 4000여만원이 모였고, 주민들은 화재 현장에서 수집한 고물을 팔아 2600여만원의 복구비용도 마련한 상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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