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소환’ 핑계만 쌓이는 검찰
명예훼손 수사 11달째 미적
명예훼손 수사 11달째 미적
“수사권 조정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조현오 경찰청장을 검찰이 소환조사할 수 있겠나. 소환하면 보복수사라는 말이 나올 텐데….”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한 중견 검사는 “조 청장 소환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수사권 분쟁으로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는데도, 검찰은 경찰 수장이면서 동시에 피고소인 신분인 조 청장에 대한 조사를 미룬 채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조 청장을 사자(죽은 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3월 “노 전 대통령,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그거 때문에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라는 조 청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조 청장의 ‘입’에서 시작된 사건이기 때문에 그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신유철)는 이런저런 상황논리를 내세워 조 청장 소환을 계속 미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고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난해 11월에는 “일국의 치안총수를 소환조사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 초에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된 서울동부지검의 ‘함바 비리’ 수사를 이유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는 수사권 조정 문제가 떠오르면서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이 첨예하게 맞서게 됐고, 결국 조 청장 소환 시점을 놓쳤다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는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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