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전 종결사건 확인도 않고 다시 수사
16일간 억울한 옥살이에 직장마저 잃어
“보름 넘게 구속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나왔지만 어렵게 얻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합니까?” 지난달 13일 서울 청량리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서울시 강남구 직장으로 조아무개(38)씨를 찾아왔다. 형사들은 “훔친 차에 폐차 차량의 번호판 등을 붙여 팔지 않았냐”며 조씨를 연행했다. 경찰은 2003년 9월 조씨가 차량을 팔고 대금을 송금받았다는 조씨 명의의 통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조씨는 처음 보는 통장이라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고차 매매상 신아무개(38)씨도 자신에게서 2년 전에 도용된 승용차를 샀다고 증언했다. 조씨가 구속 수사 중에도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자, 경찰은 조씨 명의의 통장이 개설된 은행을 찾았다.
“당시 나는 제주도에서 살았다. 하지만 경찰은 항공기록까지 조회해, 내가 잠시 서울에 왔던 시기와 범인들이 경기도 안산의 한 은행에서 차량대금을 인출한 날이 우연히 겹친 것을 확인하고 더욱 몰아붙였다. 통장 개설일인 2003년 9월18일에 내가 제주도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도 공범과 짰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영장담당 판사도 결국 김씨의 결백 호소에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진실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추가 수사 끝에 조씨의 공범이라고 찾아낸 오아무개(37)씨가 이미 수감 중이었던 것. 오씨를 비롯한 4명의 진범들은 2003년에 대전 둔산경찰서에 같은 혐의로 붙잡혔고 각각 징역 3~4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다른 경찰서에서 2년 전 이미 수사해 진범들을 구속한 사안을 청량리경찰서에서 다시 수사하며 명의도용 피해자 조씨를 애꿎게 구속한 것이었다. 조씨가 이미 16일이나 수감생활을 한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가 끝난 사건이라는 생각은 못했다”며 “중고차 매매상 신씨의 진술도 실제 범인의 용모가 조씨와 비슷해 일어난 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둔산경찰서에서 명의를 도용당한 조씨를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찾지못해 조사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조씨의 영장을 청구한 북부지검 검사는 “당사자는 부인했지만 기록상 사기 혐의는 명백했고, 중고차 거래상도 대질 심문에서 조씨를 지목해 영장에 서명을 했다”며 “조씨는 명의가 도용됐을 뿐 혐의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당혹해했다. 그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법률에서 정한 수준의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 매매상이 이해가 안 되지만 검찰에서는 착각에 의한 참고인 진술은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보상금 몇 십만원 받고 넘기기에는 너무 억울해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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