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관련 선수 현황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브로커 등 22명도 적발
선수 16명 구속기소
연루자 더 늘어날 듯
브로커 등 22명도 적발
선수 16명 구속기소
연루자 더 늘어날 듯
최근 1년 사이 국내 16개 프로축구팀의 절반이 넘는 9개 팀의 선수 54명이 K리그 정규 경기 13경기와 컵대회 4경기 등 17경기에서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승부조작 관련 팀과 선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해 6월 이후 승부조작에 관여한 9개 팀 선수 54명, 선수 매수 자금을 댄 전주 및 브로커 22명 등 모두 76명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브로커에게서 승부조작 사례금으로 1000만원 이상 받은 선수 16명을 구속기소하고, 37명을 불구속기소, 스스로 목숨을 끊은 1명은 공소권 없음 처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자진신고한 선수 21명은 받은 돈의 액수와 관계없이 모두 불구속했다.
적발된 선수는 대부분 1.5~2군 선수들이었으나, 최성국(32), 김동현(27), 염동균(27), 이상덕(24)씨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도 있었다. 이들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헛발질을 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상대 공격을 막지 않는 등 브로커의 지시에 따라 경기에 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상무팀 공격수인 김씨는 다른 팀의 경기까지 모두 8경기를 승부조작한 대가로 브로커에게서 8000만원을 받았고, 승부조작 정보를 활용해 스포츠토토복권에 불법 베팅해 수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8월28일 2500만원을 받고 경남FC와의 경기를 승부조작하려 했으나 1 대 1로 비기면서 실패하는 바람에, 도리어 브로커에게 협박을 당해 8000만원을 빼앗긴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상무팀 공격수인 최씨도 자신이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은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또 전주와 브로커로 이뤄진 승부조작 조직 4개도 적발해, 전주와 브로커 10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하거나 기소중지했다. 브로커는 대부분 전직 프로축구 선수이거나 폭력조직의 조직원이었다. 이들은 한 경기당 1100만~1억4500만원을 선수들에게 주고 승부조작을 지시한 뒤, 스포츠토토복권으로 해당 경기에 수억원을 불법 베팅해 몇 배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가운데는 군복무 대신 선수로 뛰는 상무팀 소속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상무팀에서 2년만 근무하면 예전 소속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성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경기에 출전해도 현역 군인 급여만 받기 때문에 승부조작 유혹에 쉽게 빠진 것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지난해 상무팀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박아무개(25)씨는 제대한 뒤 옛 소속팀인 대전에 복귀하고도 승부조작을 하다 적발됐다.
곽규홍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경남, 제주, 인천 등 3개 구단 소속 선수들의 승부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를 아직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승부조작 관련 팀과 선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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