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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애인 사랑은 빨래를 싣고

등록 2011-07-07 21:55

배광열·전찬근(왼쪽부터)씨가 이동 세탁 차량을 몰고 충북지역 장애인 가정을 돌며 빨래를 해 주고 있다.  충북장애인단체연합회 제공
배광열·전찬근(왼쪽부터)씨가 이동 세탁 차량을 몰고 충북지역 장애인 가정을 돌며 빨래를 해 주고 있다. 충북장애인단체연합회 제공
사람과 풍경
이동 세탁차로 ‘1박2일’ 봉사
청소에 상담까지…신청폭주
충북장애인단체연합 ‘2인의 빨래천사’

빨래 천사가 있다. 사단법인 충청북도장애인단체연합회 사회복지사인 전찬근(41)·배광열(30)씨다. 둘은 지난 1월부터 충북도가 지원한 이동 세탁 차량을 몰고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 가정을 돌며 빨래를 해 주고 있다. 매주 화요일은 청주·청원, 목·금요일은 충주·제천·증평·괴산 등지의 장애인 가정을 찾고 있다. 청주에서 거리가 먼 충주·제천 등지는 이동 시간을 줄이려고 현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1박2일’ 빨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 가정 549곳이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의 손을 거쳐간 빨래 양은 엄청나다. 지난 3월9일 보은군 마로면 양아무개(53·지체장애5급)씨 집에서는 이불 5채를 포함해 108벌을 빨았다. 오후 1시부터 밤 8시까지 7시간 동안 빨래했단다. 빨랫줄 길이만 50m가 넘었다. 한 가정당 50~60㎏씩, 줄잡아 2만7천~3만2천여㎏을 빨았다. 지금까지 빤 이불과 옷가지를 바닥에 펼쳐 놓으면 서울월드컵경기장 같은 국제규격 축구장(7천㎡안팎) 3~4개는 거뜬히 채울 정도다.

이들의 봉사는 눈비를 가리지 않는다. 장맛비가 이어진 7일 오전 충주시 이류면 이아무개(54·지적장애3급)씨를 찾았다. 쭈뼛쭈뼛 빨래를 내놓은 이씨는 “1년 이상 빨래를 하지 못해 냄새도 나고 몸도 가렵고 해서 불편했는데 이제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며 어눌하지만 정감어린 말을 담아 고마워했다.

둘은 세탁차의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만능 재주꾼 ‘맥가이버’로 변신한다. 삐걱이는 출입문, 구멍난 유리창을 고치고, 끊어진 전기까지 둘의 손이 지나가면 멀쩡해진다. 살균·소독 등 방역은 물론 노인 장애인들에게는 혈압·혈당까지 측정하는 등 못하는 것이 없다.

배씨는 “처음에는 빨래만 하러 갔는데 가는 곳마다 손볼 곳이 너무 많아 아예 공구·장비 등을 들고 다닌다”며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손을 잡고, 머리까지 조아리며 고마워할 때는 오히려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 장애인복지팀 김경숙씨는 “장애인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이동 세탁 봉사 횟수와 봉사자를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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