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454호)인 미호종개
충북서는 백곡서식지 둑높이기 공사로 ‘절멸’ 위기
충남서는 부여 등에 치어 4천마리 풀어 ‘복원’ 홍보
충남서는 부여 등에 치어 4천마리 풀어 ‘복원’ 홍보
천연기념물(454호)인 미호종개(사진)의 운명이 기구하다. 충북 쪽 서식지는 정부가 벌이는 4대강 사업 저수지 둑높이기 공사 때문에 훼손 위기에 몰렸지만, 충남 쪽 서식지는 새로운 천연기념물 지정을 앞두는 등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미꾸릿과 토종 물고기인 미호종개는 1984년 김익수(전북대)·손영목(서원대) 교수가 금강 지류인 충북 청원군 미호천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미호종개의 속명(iksookimia)은 김 교수의 이름에서 땄으며, 종소명(choii)도 두 교수의 은사인 고 최기철 박사의 성에서 따는 등 그야말로 한국 토종 물고기다. 2005년 문화재청이 미호종개 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으며,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00년 초 미호천 일대 모래 채취와 수질 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빠르게 훼손됐지만, 2007년 미호천과 닿아 있는 진천군 백곡천에서 대규모 서식지가 발견되면서 학계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진천 백곡저수지 둑높이기 공사를 벌이면서 다시 서식지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미호종개를 세상에 알린 김익수 교수는 “최근 백곡천의 미호종개 서식지를 조사했더니 오염물질 유입 등으로 서식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었다”며 “둑높이기 사업이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면 수심이 깊어지고 유기물 퇴적이 증가해 미호종개가 절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또다른 서식지인 충남 부여·청양지천은 문화재청이 지난달 30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지난해 11월 이 일대에 어린 미호종개 4천마리를 놓아준 뒤 “멸종위기인 미호종개를 복원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종에 이어 서식지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미호종개를 법적으로 보호하려면 당연히 미호종개의 고향 서식지인 백곡천 주변도 포함해야 한다”며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고 백곡저수지 주변 미호종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