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하루에 2~3만원씩 바쳤다는 증언 확보”
“둔기로 성기 찌르는 등 가혹행위도 일삼아” 주장
“둔기로 성기 찌르는 등 가혹행위도 일삼아” 주장
자원 입대한 지 석달 된 신참 해병대 병사가 외박 나온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상급자들의 가혹행위와 금품 갈취를 견디다 못한 결과’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한겨레> 7월8일치 5면
지난 3일 경기도 안성시 한 상가 건물에서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된 해병대 2사단 ㄱ(23) 이병의 유족들은 8일 “ㄱ 이병이 자대에 배치된 5월20일 이후 자신보다 두세살 어린 선임병들에게 수시로 가혹행위를 당하고 금품을 뜯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친구들의 진술 내용과 △ㄱ 이병이 자대 배치 이후 40일 남짓 동안 체크카드로 수십만원을 인출한 점 △부검 때 왼쪽 쇄골(빗장뼈) 부위에 멍든 자국이 있던 점 등을 증거로 들었다.
해병 출신인 ㄱ 이병의 한 친구는 “○○이가 부대 배치 이후 알몸으로 찬물에 들어가야 하거나 어두운 창고에 갇히기도 했고, 일부 선임병사들에게 성기를 둔기 등으로 찔리는 등 수치스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고 말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ㄱ 이병은 올해 체육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4월4일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테니스를 전공한 그는 군생활이 다소 편한 것으로 알려진 테니스장 관리병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이를 시기한 일부 선임병들이 수시로 돈을 요구해 하루 2만~3만원씩 빼앗겼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ㄱ 이병의 고모부 조아무개(57)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카가 부모에게 전화해 ‘군화(전투화)를 잃어버려 2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부쳐준 일도 있다고 한다”며 “외출 한번 하지 못한 병사가 부대에서 무슨 돈이 이처럼 필요하겠느냐”고 금품 갈취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ㄱ 이병이 부대에 배치된 뒤로 수십만원을 체크카드로 빼낸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내역을 조회중이다.
지난 4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이뤄진 ㄱ 이병의 부검에 입회했던 조씨는 “부검의가 왼쪽 쇄골 부위에 3㎝ 크기의 멍이 있다’고 했고 나도 이를 확인했다”며 “상처는 ‘외박을 나오기 5~7일 전에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구타나 가혹행위가 자살의 이유라는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부검에서도 구타 흔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부대 안 구타나 가혹행위 여부에 관한 조사를 진행중이긴 한데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ㄱ 이병은 경기도 김포시 부대에서 지난 2일 외박을 나온 뒤, 친구들과 만나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가 이튿날인 3일 정오께 안성시 죽산면 상가 건물의 1~2층 사이 계단 난간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주검과 함께 발견된 유서에는 “어머니, 아버지 그동안 사랑해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ㄱ 이병 유족은 지난 5일 군으로부터 철저한 수사를 약속받고 장례를 치렀다. 안성/김기성 기자, 이순혁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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