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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활변신, 학생들 말하는 농활보다 듣는 농활로

등록 2005-07-08 19:18

 농촌활동을 마친 고려대생들이 8일 오후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공원에서 농민들과 함께 뒤풀이 잔치를 하고 있다. 음성/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농촌활동을 마친 고려대생들이 8일 오후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공원에서 농민들과 함께 뒤풀이 잔치를 하고 있다. 음성/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저녁엔 노인에 안마·뜸…요가교실도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7일 오후 충북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 최성미 마을 들머리에 걸린 커다란 펼침막이 바람을 타고 펄럭이고 있었다. 선거용 후보자 홍보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마을에서 농촌활동을 하고 있는 고려대 학생 10여명이 마을 주민들에게 내건 ‘약속’이다.

학생들이 짐꾸러미를 이고 지고 전형적인 농촌인 최성미 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음성과 괴산 일대에 내려온 고대생 600여명의 일부다. 근처 삼정1리에도 경제학과와 행정학과 학생 31명으로 구성된 ‘경제 포효반’ 농활대가 활동하고 있었다.

8일까지 7박8일의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은 낮에는 고추밭, 볏논, 수박밭에서 약속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농민을 위한, 또 자신을 위한 땀이다.

삼정1리 염구선(47)씨의 수박밭에서 일한 새내기 이종권(20·정경학부)씨는 “처음 접하는 농사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조금이나마 농민들의 생활과 농촌의 현실을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장맛비에 비닐하우스가 잠겨 수박 농사를 망친 염씨는 “속도 상하고 힘이 빠져 있었는데 학생들이 도와줘 큰 위안이 된다”며 “모처럼 마을에 생기가 돈다”고 말했다.

농촌 일손돕기 자체는 과거 농활과 다를 바 없었지만, 학생들의 태도와 자세는 달라졌다. 누구를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배우겠다는 겸손함이 묻어났다.

저녁시간 분반활동의 모습은 더 변했다. 과거 주민들을 마을회관 등에 모셔놓고 농촌 현실과 정부 정책 등을 ‘강의’했던 데 비해, 이들은 마을 구성원들을 찾아다니며 말동무가 돼주는 등 ‘대화’를 택했다.

마을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노인인 최성미 마을에서는 3~4명의 학생이 짝을 이뤄 한방차를 끓여 들고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말을 나누고 안마를 해주거나 뜸을 놓아 주는 일이 주된 저녁활동이었다. 인근 덕정1리의 수학교육과 학생들은 아동반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미곡리에서는 행정학과 학생들이 요가 교실을 열었다.

이한샘(22·정치외교학3)씨는 “정부 농촌 정책의 허점, 농산물 유통 구조의 문제점, 농촌의 교육·여성 문제 등 농민들의 현실 인식 수준이 학생 이상”이라며 “뭔가 도움을 주려고 왔는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워 간다”고 말했다.

음성군 성본리 윤희준(36)씨는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농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많아졌다”며 “학생들이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알리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에게 무엇을 주겠다는 식의 ‘계몽’, ‘의식화’를 꿈꾸기보다는 ‘공유’ 쪽에 무게를 두는 활동 속에 농민과 학생,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에 이어지는 작은 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음성/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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