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논란
범죄 공모자가 다른 사람의 범죄 입증에 협조하면 검사가 불기소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중요 참고인을 강제 출석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선진 형사사법’ 방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부패·조직폭력·마약범죄의 내부 공모자가 다른 사람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진술을 하고 자신의 죄를 면책받는 ‘내부증언자 불기소 처분제’가 포함됐다. 또 사형·무기나 장기 7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범죄 수사에서 중요한 참고인이 수사기관의 소환에 정당한 이유 없이 2차례 이상 연속해 불출석하면 구인할 수 있도록 했고, 범죄를 구성하는 중요한 사실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법방해죄’도 신설했다.
이런 제도는 법무부와 검찰이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구상해온 ‘숙원 사업’이다. “수사편의주의라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 5월3일 국무회의에서 한 차례 보류된 안건이 되살아난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판정패당한 검찰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내부증언자 불기소 처분제도다. 법무부는 “미국식 플리바게닝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인 반면, 우리는 타인의 범행을 진술할 때 면책을 받는 것이어서 내용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모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죄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다. 뇌물 공여자가 자신도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수사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특수통 검사들은 ‘거악 척결’을 위해 플리바게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개정안에서는 “피의자의 진술이 범죄의 규명에 없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에게 불기소 처분의 전권을 준 것이다. 법무부는 “내부증언자를 불기소 처분할 때에는 검찰청마다 설치돼 있는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의 의결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검찰이 시민위의 결정을 따를 ‘의무’는 없다. 검찰의 재량권을 통제할 장치가 없는 셈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가장 큰 문제가 기소 재량권을 공정하게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플리바게닝이 도입되면 검찰이 중간에서 은폐·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고인 출석 의무제와 허위진술죄 처벌도 수사 현장에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중요 참고인’은 경찰이나 검찰이 소환하면 반드시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구인이 가능해진다. 법원의 구인영장이 필요하겠지만, 수사기관의 필요에 따라 참고인 신분인데도 강제로 조사받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참고인은 변호인 선임도 못 하고 피의자의 변호인도 조사 중간에 조언을 할 수 없는 등 수사 현장에서는 지금도 수사 대상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허위진술죄 도입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그보다 수사받는 사람들의 권리가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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