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실 도청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소환 요구를 받고 있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오후 박희태 국회의장과 함께 발트3국 순방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 의원은 “경찰 소환조사에 불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영종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도청의혹 경찰조사 불응
“녹취록 제공자 공개못해”
KBS 기자는 “조사 협조”
“녹취록 제공자 공개못해”
KBS 기자는 “조사 협조”
민주당 비공개회의의 녹취록을 공개한 한선교(52)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면책특권’을 들어 경찰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의원에게 15일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요구서를 발송한 상태다.
이날 귀국한 한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에 나갈 이유가 없다. 설령 도청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때문에 난 (조사받을 대상에) 해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어 자신이 공개한 녹취록과 관련해 “누구한테서 받았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 내가 국회 문방위 회의에서 한 발언은 여야의 (한국방송 수신료) 합의 처리 약속을 파기한 민주당을 규탄하기 위해서 한 것으로, 국회법상 합법적인 행위였다”며 “민주당도 이런 내용을 알면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청이 있었는지 여부는 민주당과 <한국방송>이 진실을 밝힐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한 의원이 계속해서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의 불출석 입장을 전해들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한 의원은 도청 자료를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면책특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수사기관에 나와서 조사를 받는 게 국회의원으로서의 도리”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한 의원의 경찰 출석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불법도청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의원은 이날 “한 의원이 도청 녹취록을 공표할 당시 한나라당의 다른 의원들도 이를 가지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며 “경찰은 한 의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문방위원 모두를 대상으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의원은 지난 2일 박희태 국회의장과 11박12일의 해외순방길에 올랐으며, 민주당은 한 의원의 출국 하루 전인 1일 그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편 도청 당사자로 지목돼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장아무개(33) 한국방송(KBS) 기자는 경찰 조사에 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장 기자가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라며 “경찰 조사에 협조할 부분은 모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석진환 최성진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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