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도청 당사자로 지목받아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아온 장아무개(32) 한국방송 기자가 지난 14일 밤 9시께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자정께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장 기자를 2시간 30분가량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장 기자가 ‘취재활동을 했을 뿐 도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사는 밤 9시께 장 기자가 변호사 한 명과 함께 사전 통보나 조율 없이 경찰에 갑자기 출석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조사를 시작한 지 2시간 30분쯤 지나 자정이 됐기에 ‘심야조사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는데 장 기자 쪽이 거부해 조사를 마쳐야했다”며 “경미한 사고라도 조사를 하려면 최소한 2시간 정도는 소요되는데, 장 기자의 조사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장 기자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 당시 자신은 “현장에서 일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그 당시 사용했던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어디에 있는지, 왜 압수수색 당시 사용한 것과 다른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제출하게 됐는지 등 구체적인 도청 의혹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장 기자에게 재출석 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야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귀가하는 장 기자에게 ‘조사가 부족해 다시 소환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장 기자도 이 점을 이해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1차 출석 요구 시한인 15일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시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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