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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숙 탈출…이제 장가 가야죠”

등록 2011-07-17 20:08

‘빅판’ 4명 임대주택 입주 한달 ‘소박한 소망’
“냉장고·세탁기…하나하나 마련하는게 행복”
‘빅이슈’ 월 1만8000부…판매원 35명으로 늘어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데, 이제 장가도 가야죠.”

노숙인을 돕기 위한 잡지 <빅이슈> 판매원(빅판)인 오현석(41)씨는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다세대 빌라에 입주한 지 한달이 지났다. 오씨는 입주하자마자 밥솥부터 샀다. 그는 아침과 저녁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밥과 시장에서 사온 김치, 깻잎, 마늘종, 김 등으로 밥상을 차린다. 노숙인 생활을 할 때는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오씨는 냉장고와 세탁기도 장만했는데 “하나하나 마련해 가는 게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날 이웃집에 입주한 김수원(50)씨도 맨몸으로 들어와 한달 만에 밥솥을 비롯해 생필품들을 마련했다. 김씨는 “방에 누우니 내가 꿈꾸던 세상 같다”며 흐뭇해했다. 18일은 김씨가 연세대 앞 굴다리에서 빅판 활동을 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노숙 생활을 하기 전에 장사한 경험을 살려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빅판 4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주거 취약계층 지원 매입임대사업’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갈 데 없는 노숙인이었던 이들에게 이젠 각자 방 둘에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어엿한 집이 생겼다. 노숙인 자립을 돕는 ‘빅이슈’ 사무국이 빅판들에게 6개월 동안 고시원 방세를 직접 내고, 하루 수익의 50%를 저축하며 100만원 이상 현금을 모으면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이뤄졌다. 빌라에 입주한 4명의 빅판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기쁘다. 미혼인 오씨는 “생활이 불안정할 때는 결혼에 대해서 생각도 못 해봤다”며 “열심히 살다 보면 짚신도 제 짝이 생기겠거니…”하며 쑥스러운 듯 말끝을 흐렸다.

빅이슈코리아는 추가로 빅판 6명의 입주신청을 해놓았는데, 이들도 이르면 9월쯤 입주하게 된다. 구영훈(45)씨는 “먼저 입주한 사람들을 보면 행복해 보인다”며 부러워했다. 작은 구멍가게라도 내는 게 꿈인 구씨는 “가정을 이뤄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말했다.

지난해 7월 창간된 <빅이슈>는 지난 5월부터 격주 발행으로 전환해 월 1만8000부 정도 팔리는데, 노숙인이 직접 팔아 그 수익금으로 자활 기반을 마련한다. 빅이슈 판매원은 창간 당시 9명에서 현재 35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판매지역을 서울 외에 대전 등 전국으로 넓혀가고 있다. 빅이슈 사무국 관계자는 “열심히 해 사무국 직원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 빅판도 있다”며 “자립을 원하는 노숙인들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영구임대 아파트에 들어가는 게 꿈인 빅판들은 “힘내라”는 시민들의 격려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 이들은 “가까이 다가오면 일반인들보다 더 가슴 따뜻한 노숙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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