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장 “고객 불편…대합실 밤11시 이후 단속”
인근 보호소는 만원상태…“어디로 갈까” 걱정
인근 보호소는 만원상태…“어디로 갈까” 걱정
서울역이 8월부터 밤 11시 이후 노숙인들이 역사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이미 들어와 있던 노숙인들은 전원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일정 시간 이후 노숙인들의 서울역사 내 진입 원천 금지’는 서울역이 만들어진 뒤 처음 있는 조처다. 지금까진 역사 청소 시간(새벽 1~2시)에만 노숙인들을 내보냈다.
박종승 서울역장은 이날 “하루 30만명의 고객이 서울역을 이용하고 있는데 노숙인들의 음주·흡연·폭언·구걸행위 때문에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조처로 ‘맞이방’(대합실)에서만큼은 밤 11시 이후에 잠자지 못하도록 단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이 왔다갔다하는데 역사 내 노숙인들 때문에 냄새도 엄청나다”며 “역 주변 계단이나 지하도 같은 곳에서 자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서울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 출입구 주변에 노숙인들이 머무는 것도 막는다는 방침이다. 11시 이전엔 역사 내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금지하진 않으나, 술을 먹거나 구걸행위를 할 경우 곧바로 역무원과 철도공안이 강제 퇴거시킬 계획이다. 박 역장은 “노숙인 인권도 중요하지만 고객 불편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며 “노숙인들에게 주변 쉼터 등을 이용할 것을 권유하는 한편 서울시와 노숙인 단체들과도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들은 걱정스런 빛이 역력했다.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은 한 남성 노숙인은 “10년 넘게 서울역에서 살았다. 여기가 우리 집인데 어딜 가냐”며 “무작정 내쫓는 건 인권탄압”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올해 일흔 살이 된 손아무개씨는 “내보내겠다면 갈 수 있는 쉼터라도 소개해줘야 한다”고 했다. 노숙인들을 상담하던 ‘다시서기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서울역에서 잠자리를 뺏기면 이 분들이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서울역 파출소의 한 경찰도 “서울역이 사회적 약자인 노숙인을 끝내 내쫓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서울역 근처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무료 배식을 받기가 쉬워서 노숙인들이 역 주위를 떠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역 인근 쉼터와 보호소 세 곳으로 노숙인들이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보호소는 이미 만원이어서 추가 수용이 녹록치 않은 상태다.
이동현 홈리스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이 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상담센터와 응급시설을 제공하는 프랑스 리옹역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노숙인들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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