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등 “선열 명예훼손” 독립공원내 건설 반대
정대협 “한시가 급해” 부지변경…모금운동 나서
정대협 “한시가 급해” 부지변경…모금운동 나서
정부와 서울시, 독립운동 유공자단체의 외면 속에 8년을 끌었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새롭게 터를 잡고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박물관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전쟁의 아픔을 되새겨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평화인권국제센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박물관 새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물관 건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박물관 건립 논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80살을 넘어 하나둘씩 세상을 뜨던 지난 2003년 시작됐다. “우리의 진실을 보고 배워서 다시는 전쟁과 폭력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호소가 계기가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생활보조금 100~200만원씩을 박물관 건립을 위해 내놓았고, 뜻있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현재까지 17억원을 모았다. 2006년에는 서울시가 서대문 독립공원 안 매점건물 부지에 박물관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했고, 2008년에는 최종 사업인가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11월 광복회와 애국선열유족회가 “순국선열들이 모셔져 있는 독립공원 안에 위안부 박물관을 짓는 것은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일제에 의해 수난만 당한 민족이라는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서 박물관 건립이 난관에 부딪쳤다. 서울시는 매점건물에 대한 멸실인가를 차일피일 미뤘고, 그 사이에 11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숨졌다. 결국 정대협은 한시라도 빨리 박물관을 짓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을 물색하다 결국 성미산 자락인 성산동에 터를 잡게 됐다.
윤미향 박물관 건립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정대협 상임대표)은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오는 12월10일에 개관할 예정”이라며 “박물관은 전시·교육을 넘어 일본 위안부 문제와 전시 성폭력 해결을 위한 연대운동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6) 할머니도 “(박물관이) 나라 없는 세상과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공부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이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만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도 촉구했다.
박물관 건립위원회 쪽은 “앞으로 건물 리모델링과 운영비를 위해 9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1만인 건립위원을 모아 기금을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립위원 가입은 정대협(02-365-4016, www.womenandwar.net)을 통해 할 수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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