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사병이 구타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이일주)는 26일 해군에 복무하다 자살한 이아무개씨의 어머니 김아무개(61)씨가 창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소속된 부대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가 자주 일어났고, 이씨도 여러 차례 가혹행위를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군은 병사들의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세심히 살필 의무가 있지만 이를 소흘히 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자살 등 자해행위로 숨진 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씨는 가혹행위와 스트레스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가 결여된 상태에서 자살을 했기 때문에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0년 10월 해군에 입대해 복무하다 다음해 4월 인천 옹진군 부대 근처 야산의 소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의문사위원회는 2009년 이씨가 암기상태 불량 등의 이유로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 등을 당했고 이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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