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엄청난 양의 비가 퍼부은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네거리에서 승용차와 버스 등이 물에 갇혀 있다. 이사진은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갈무리한 것인데, 사진 촬영자를 찾지 못해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
시간당 100㎜ 폭우…교통마비
갑작스러운 ‘물폭탄’에 서울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7일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서초구 일대에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전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정전과 통신 두절 사태가 잇따랐다. 산사태로 인한 매몰과 사망 사고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집중호우로 서울에서만 1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또 강원도 춘천의 산사태로 13명,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천 범람으로 6명이 숨지는 등 전국에서 모두 40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됐다.
서울 지역 인명피해는 주로 우면산 산사태 탓에 발생했다. 우면산 주변에서만 16명이 숨졌다. 우면산 서쪽 기슭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을 덮쳐 6명이 숨졌다. 우면산 동쪽 자락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형촌마을 120가구 중 60가구가 고립됐다. 또 밀려온 토사에 방배동 래미안 아파트 등 이 지역 아파트 3곳에서 6명이 숨졌다. 보덕사·불교티브이(TV) 앞 도로, 우면동 양재 자동차학원 등에서도 각각 1명이 추가로 숨졌다.
강남역~양재역 일대는 완전히 물에 잠겨 ‘수영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추석 기습폭우에 물난리를 겪었던 광화문 일대도 침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오전 광화문 일대 세종로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흙탕물이 발목까지 차올랐으며, 광화문역 인근 상점에까지 물이 들어찼다.
통신 두절 사태도 잇따랐다. 강남과 서초동 일대에 전기 공급이 끊겨 에스케이텔레콤 등 일부 통신사의 기지국이 마비되는 바람에 휴대전화가 불통되고, 위성방송도 일부 중단됐다.
지하철도 1호선 오류동역, 4호선 사당역, 2호선 홍대입구역, 3호선 대치역 등에서 일부 구간이 침수되거나 역사 내로 물이 들어와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인근 철로 일부 구간도 물에 잠겨 분당선 전동차의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밤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28일 오전까지 이어지면서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지방을 중심으로 또다시 시간당 6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겠다”고 예보했다. 유선희 기자, 전국종합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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