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잠을 자던 여중생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10일 새벽 3시40분께 경기 광주시 목동 남아무개(48·농업)씨 집에서 불이 나 잠을 자고 있던 남씨의 둘째딸(15)이 숨졌다. 불은 야산 기슭에 자리잡은 슬레이트 지붕 주택 30여평을 모두 태워 2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0분 만에 꺼졌다.
불이 났을 때 집에는 남씨가 둘째딸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지만, 남씨만 집에서 빠져나왔다. 남씨는 경찰에서 “술을 마신 뒤 저녁 8시께 잠이 들었는데 연기 때문에 깨어나 보니 화장실 쪽에서 불길이 보여 급히 대피했다”며 “둘째딸이 집 안에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남씨의 부인과 첫째딸은 근처 마을회관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어 화를 면했다. 남씨는 둘째딸도 마을회관에 있는 줄 알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둘째딸이 평소 밤에 화장실에 갈 때 촛불을 켰다”는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화장실 쪽에 켜놓은 촛불이 주변에 옮아붙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남씨가 집 주변에 있는 남의 논에서 농사를 지으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남씨는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지난달 말부터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이때부터 남씨 가족들은 촛불을 켜고 생활해 왔다.
광주/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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