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림마루 1m가량 떨어져 나가 그대로 노출
“잔해 널려 있는데 순찰도 안 도나” 비판
“잔해 널려 있는데 순찰도 안 도나” 비판
국가 보물1호 흥인지문이 지난 27일 서울지역에 내린 폭우로 일부 파손된 것으로 확인돼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흥인지문이 파손된 지 5일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 문화재청(청장 최광식)이 제대로 파악도 못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손된 부분은 흥인지문 용마루와 연결되는 내림마루(일명 추녀마루)로서 폭 1m가량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내림마루의 무너진 부분은 진흙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기와 일부가 곳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또 추가로 비가 올 경우 내림마루 내부로 빗물이 유입되어 지붕이 붕괴될 수도 있다.
1일 현장을 둘러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층 바닥에 떨어져나온 내림마루 잔해가 널려 있는데 흥인지문 관리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이 정도의 잔해가 떨어졌다면 관리자들이 발견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관리자들이 순찰도 제대로 안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흥인지문 주변에는 9명의 경비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며 이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소장은 폭우 외에 다른 요인들이 흥인지문의 파손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주변 건물 공사로 지하수가 고갈돼 흥인지문 밑에 빈 공간이 형성됐을 것이다. 또 흥인지문에서 불과 45m 떨어진 곳에서 호텔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화여대 부속병원 철거공사에 따른 진동, 지하철과 차량에 의한 진동도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살펴본 황 소장은 또 “흥인지문 전체 용마루와 내림마루에 균열이 발생해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용마루에 바른 삼화토(진흙,백토,강회를 섞어 만든 흙)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문화재청이 용마루 공사를 할 때 부실하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건 맞다. 흥인지문 외부의 미장은 10년 전에 했는데 바깥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아무래도 훼손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훼손된 곳에 대한 복구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흥인지문은 종로구청이 담당하는데 이 사실이 왜 이렇게 늦게 알려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허재현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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