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체와 가격 인상 폭 대립
협상안되면 5일부터 전면 거부
정부 “최악사태 막자” 잰걸음
협상안되면 5일부터 전면 거부
정부 “최악사태 막자” 잰걸음
우유값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하다.
낙농가들을 대표하는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일 ℓ당 704원인 원유(우유 원액)값을 173원(24.5%)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3일 하루 동안 젖소에서 짠 원유를 공급하지 않는 ‘집유 거부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승호 협회 회장은 서울 여의도의 주택보증보험 건물 앞에서 8일째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인상안이 타결되지 않으면 5일부터 무기한 집유 거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낙농육우협회 쪽은 “국제 사료값이 40% 가까이 올랐고, 구제역으로 3만6000마리의 우량 젖소가 매몰되면서 원유 공급량이 10% 이상 줄었다”며 “그런데도 낙농가들이 우유업체에 공급하는 원유값은 2008년 수준으로 그대로 묶여 있다”고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우유업체 쪽에서는 낙농가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절반에 못 미치는 81원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낙농가와 우유업체 대표들은 3일 오후 8차 원유값 조정회의(낙농진흥회 소위)에 이어, 5일 마지막 9차 협상을 남겨놓고 있다.
원유 공급을 하루 중단해도 곧바로 우유 대란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양·서울 등 유가공업체들이 하루치 정도는 재고를 확보해두고 있고, 낙농가들도 다음날부터는 정상적으로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조금 영향은 있겠지만, 우유 판매대가 텅 비는 대란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유 공급이 이틀 이상 차질을 빚을 경우이다. 신선한 원유는 낙농가에서 하루 이상 보관할 수 없어 이틀째엔 폐기가 불가피하다. 또 다른 유가공 제품과 달리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낙농가도, 우유업체도, 정부도 원유 공급이 이틀 이상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자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일 오전엔 우유업체 대표들과, 오후에는 낙농가 대표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바쁜 발걸음을 보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원유값 인상 폭에 합의할 것을 양쪽에 당부했으며, 우유업체들한테는 원유값 인상분을 유제품 가격에 최소한만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2월 이후 할당관세(무관세)를 적용해 수입한 치즈·탈지분유 등 유제품이 현재 4만9000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농육우협회 한 회원 농가는 “우유업체들이 큰 폭의 관세 하락분을 시장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상당한 가격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대 선임기자, 김은형 기자 koala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